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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지도부 ‘사분오열’

입력
2005.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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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처리 방식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했던 열린우리당 내 갈등이 심상찮다. 30일 오후 원내대표 회담의 절충안이 우리당 의총에서 뒤집히는 과정에서 지도부의 책임 떠넘기기와 불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보법 대체입법 안을 놓고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중진측과 천정배 원내대표측 사이에서 벌어진 책임전가는 여당 지도부 답지 않은 낯 뜨거운 수준이었다.

천 대표측은 "당 중진들이 이부영 의장을 통해 김덕룡 대표와 따로 협상해 놓고 천 대표에게 십자가를 지게 만들었다"며 "의총 직전에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도 중진들이 천 대표를 왕따시켜 놓고 대체입법 안을 밀어붙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반면 문희상 유인태 배기선 의원 등 중진 10여명이 함께 한 오찬모임에선 천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는 후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천 대표는 대체입법안 마련 과정에도 상당부분 관여했는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성토했다. 이부영 의장은 이날 오전 소집된 의총에 불참하고, 중진들에게 "못해 먹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장은 이날 오후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심경과 경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계획했으나, 중진들의 만류로 취소했다. 문희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무런 전략도 없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다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능과 비겁의 정치"라며 "4대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유연한 대야 전략전술을 겸비한 합리적 원칙주의자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천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이 같은 지도부간 갈등은 내년 4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당권 투쟁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의 국정중심 이동을 위해 연내에 국보법을 대체입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중진을 중심으로 확산돼 있지만,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열성 당원들 때문에 누구도 ‘국보법 폐지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당내 강경파가 무조건 연내 처리를 외쳐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국보법 문제가 당권 투쟁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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