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은 그 해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표현이 자유분방한 W세대가 부상했고, 주상복합 아파트는 최고 수익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가라앉기 시작한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소비자 중 2005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소비행태는 ‘가치 소비’로 요약된다.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살펴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가리킨다. 올해 나타날 소비 트렌드는 어떨까.
◆ 합리적이지 않다면 나서지도 마라 = 불황이 깊어질수록 소비자는 영악해진다. 지난해 미샤 더페이스샵과 같은 초저가 화장품이 대히트를 쳤지만 이들의 성공은 단순한 가격경쟁력이 아니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것이 성공의 비결. ‘싼 게 비지떡’이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2005년에는 여러 상품군에서 ‘합리적 가격대’라는 이름의 중가 시장이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가 시장이 언제는 없었던가. 하지만 과거엔 트렌드와 거리가 먼, 기본 디자인과 중간정도의 품질에 그쳤다. 이제는 첨단 유행을 선도할만한 제품에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이 떠오른다.
예컨대 평판디스플레이(PDP) TV와 액정디스플레이(LCD) TV보다 가격은 훨씬 싸고 화질이 뛰어난 슬림 브라운관 TV, 유행은 앞서가나 거품은 뺀 여성정장 브랜드 등의 출시가 예상된다. 이미 나온 100만원 미만의 PC, 리바이벌된 중저가 구두 브랜드들도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할 것이다.
◆ 세계시장이 온다 = 먼저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되 예전에 없던 상품군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부터 유니클로와 같은 중가의 외국 브랜드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동시에 우리 상품의 해외 진출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우리 브랜드의 진출이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성 자극하는 하이브리드 소비자들이 가치소비를 중시하고 상품군과 가격대 등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업종을 뛰어넘는 협업 마케팅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트북과 가방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손잡고 고급 노트북 가방을 선보이고 매장에서 상대 제품의 전시·판매를 추진한 사례가 이에 속한다. 나아가 한 매장에 여러 브랜드가 동참하거나, 공동기획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상품이 탄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협업은 같은 고객 타깃을 공략하는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화한 무엇, 감성적인 면을 자극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도피처는 엔터테인먼트 세상살이가 팍팍할 땐 현실을 잊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각광 받기 마련이다. ‘해리포터’나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팬터지 영화, ‘7080 콘서트’나 뮤지컬 ‘맘마미아’와 같은 중년층을 겨냥한 공연이 히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들. 각박한 세상을 잠시 잊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문화 상품들이 득세할 것이다.
◆ 모바일은 진화한다 = 올해 본격화할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이 그 중심에 있다. DMB는 휴대폰이나 차량 단말기를 통해 이동 중에도 고화질의 영상과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 관련 업체들은 이미 DMB용 휴대폰,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PMP) 개발을 마치고 올해 본격 시판에 들어간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lg경제연구원 삼성패션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도움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