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에도 지상파TV 3사의 ‘드라마 대전’은 계속된다.
지난해 불황의 여파로 대중문화계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한류 열풍을 타고 TV 드라마는 홀로 빛났다. 역설적이게도 불황으로 인한 광고 급감이 방송사들의 ‘드라마 올인’을 한층 부추기면서 이런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2005년 드라마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을 것인가. 그 지형도를 그려본다.
◆ 스타 PD, 스타 작가들의 귀환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대장금’의 이병훈 PD와 김영현 작가는 ‘제2의 대장금’ 만들기에 한창이다. 아이템 선정에만 10개월 이상을 쏟아 부은 이병훈-김영헌 콤비는 신작 사극의 방향을 백제 시대로 튼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학프로덕션 소속인 이 PD가 SBS를 통해 올 하반기 선보일 50부작 대하사극 ‘서동요’(가제)는 우리에게 친숙한 백제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를 부인으로 얻기 위해 노래를 퍼트렸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미니시리즈 데뷔작 ‘다모’로 스타PD 반열에 오른 이재규 PD도 3월 SBS를 통해 ‘패션 70S’를 내놓는다. 주진모, 이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패션 70S’는 1960~70년대 격동의 시기 패션 산업계를 그린 드라마. ‘올인’ ‘폭풍 속으로’의 유철용 PD는 이미 알려진 대로 5일부터 MBC에서 방영되는 권상우, 김희선, 연정훈 주연의 ‘슬픈 연가’로 정통 멜로에 도전한다. 선 굵은 남성적 드라마를 주로 선보여온 유 PD가 어떻게 멜로물을 소화할 지가 관심사다. 그런가 하면 ‘풀하우스’를 통해 경쾌한 트렌디 드라마에 도전, 성공을 거둔 표민수 PD는 올 하반기 자신이 정통한 분야인 멜로드라마를 가지고 다시 시청자 곁을 찾는다.
스타 작가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노희경 작가는 3월 KBS 창사 특집극 ‘유행가가 되리’를 집필하고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이선미 작가 부부는 상반기 MBC 방영을 목표로 소지섭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멜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KBS2 ‘부모님전상서’로 거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소설 ‘눈꽃’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도 하반기 선보인다. SBS는 당초 가수 이효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드라마화 하려 했으나, 김 작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깐깐한 김 작가의 눈에 들 연기자가 누굴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불새’로 ‘무서운 신인’이란 평가를 받은 이유진 작가는 5월 MBC를 통해 정통 멜로물 ‘못된 사랑’(가제)를 내보내고, ‘앞집여자’ ‘두번째 프러포즈’의 박은령 작가도 하반기 SBS에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 사극, 시대극 붐 일까
대형 사극이 잇따라 제작됐던 2004년에 비해 신작 사극 편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시작한 KBS ‘불멸의 이순신’과 ‘해신’이 하반기까지 방송될 예정이고, SBS의 광복 60주년 기획드라마 ‘토지’도 상반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MBC는 7월 방송을 목표로 월탄 박종화의 ‘다정불심’을 원작으로, ‘왕과 비’의 정하연 작가가 집필하는 100부작 대하사극 ‘신돈’을 준비하고 있다.
민감한 현대사를 다룰 시대극도 눈길을 끈다. MBC가 2월 본격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을 방송하는데 이어, KBS는 하반기 8·15 광복부터 한국전쟁까지를 무대로 한 시대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5공화국’은 시대극으로는 현재와 가까운 시기를 다루는데다 현존하는 인물들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킬 계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S의 작품도 그동안 해방정국을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가 별로 없었고, 이념갈등이 분출하는 이 시기에 공영방송이 좌우익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시대를 드라마화 한다는 점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 주말 밤 시간대를 잡아라
그동안 월화, 수목 등 주간 드라마가 드라마 판도를 좌우해왔으나, 새해에는 주말 밤 시간대가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시간대는 SBS가 지난해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을 잇따라 히트 시키며 ‘맹주’ 자리를 거머쥔 가운데, KBS가 ‘불멸의 이순신’의 방송시간을 앞당기며 맞불을 놓았다. SBS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후속작으로, 10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고현정을 앞세운 ‘봄날’을 8일 투입한다. MBC도 이시간대에 시사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한 전략을 수정해 2월부터 드라마 ‘제5공화국’을 내보낼 계획이다.
극의 무대가 임진왜란으로 옮겨가며 한층 재미를 더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과 ‘고현정 효과’로 벌써부터 예고편 동영상 조회수가 4,000건을 넘어선 ‘봄날’, 그리고 이덕화가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제5공화국’. 현재로서는 세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만 ‘불멸의 이순신’과 ‘제5공화국’이 남성 시청자를 양분할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층과 여성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큰 ‘봄날’이 우위를 누릴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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