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가 한여름의 무더위만큼 달아 오르던 8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양궁 경기장. 마지막 한발이 박성현(21·전북도청·사진)의 손에 쥐어졌다. 점수는 231-240, 9점차. 9점이면 연장에 돌입하고 8점이면 패배, 10점이면 금메달이다. TV 앞 시청자들은 숨을 멈췄고 방송 해설자의 목청도 떨렸다.박성현은 차분히 시위를 당겼다. 허공을 가른 화살은 지름 12.2㎝의 표적 정가운데를 꿰뚫었다. ‘골드 텐’ 10점. 스코어 보드가 241-240으로 바뀌면서 여유를 부리던 중국 선수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윤미진(21·경희대), 이성진(19·전북도청), 박성현 ‘골든 트리오’가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88서울올림픽 이후 양궁 여자단체전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성현은 이틀전 개인 결승에서도 특유의 차분함과 집중력으로 승리 드라마를 선사, 전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같은 팀 2년 후배인 이성진(19)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안은 것. 2관왕에 오른 그의 맹활약에 한국 여자양궁은 올림픽 개인전 6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위업도 달성했다. 단체전 5연패의 쾌거를 이룬 한국 여자 궁사들의 유니폼은 IOC 박물관에 남게 됐다.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박성현의 활약은 국내에서도 계속됐다. 10월 전국체전에서 5관왕을 차지, MVP가 됐다. 올림픽 폐막 후 1주일만에 도청 양궁팀에 복귀해 추석연휴도 반납했던 그는 "올림픽 때의 영광을 잊고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전히 서울 태릉 선수촌에서 땀을 쏟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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