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총회가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의 4대 입법 처리 합의를 뒤집었다고 한다. 대체입법을 통해 선전 선동에 관한 마지막 쟁점을 해소한 국가보안법을 비롯, 과거사 법, 신문관계 법 처리 등을 극적으로 타결한 합의를 당내 강경파가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유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타협도 양보도 필요 없고, 정치적 약속도 안중에 없는 극단의 투쟁 세력에 의해 집권당과 국정이 휘말리는 요지경이 됐다.한 해 내내 고통과 갈등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회기 마지막에 보여 준 집권당의 성의와 능력이 이렇다니 기가 차고 앞이 캄캄하다. 합의를 주도했던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를 번복한 의총 결과에 대해 "토론 내용이 유익했고 법 폐지 투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가 나서 합의를 이끌었으면서, 이를 무산시킨 의총이 또한 유익했다니 도무지 앞뒤도, 책임도 없는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대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하며, 나라를 맡은 집권당의 리더십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보안법 문제로 인한 혼란과 대립, 그로 인해 치른 국력 소모와 민생의 희생은 누가 어루만지고 보상해 줄 것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안법을 없애야 겠다는 강경 세력이 가까스로 이룬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자기 당 원내대표까지 마음대로 휘젓는다면 이는 집권당이라고 부를 수 없다. 통합과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의 본령을 저버리고, 상생과 화합을 바라는 절대다수 국민의 기대가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 것인가.
인권침해 조항을 철폐하고 국가안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합의된 대체입법안을 팽개치는 그 정치세력의 본심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경제 우선과 통합의 국정을 펴겠다지만 정치가 다시 파행인 상태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을 방해하는 요소는 바로 여당 안에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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