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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법안 처리 무산/ 강경파에 휘둘리는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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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법안 처리 무산/ 강경파에 휘둘리는 與野

입력
200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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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 신뢰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이번 국회만큼 여야 지도부가 정치 경력이 일천한 소장 강경파들에 휘둘리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목소리 크면 장땡’이라는 식의 막가는 논리가 횡행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사라졌다. 금년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30, 31일 새벽 국보법 등 국회 정상화 해법을 놓고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보여준 번복과 무기력은 무능력한 한국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강경파들이 당내 분위기를 휘저으면서 온건파들은 ‘굴욕적 타협주의자’로 매도되고 현실론은 ‘패배적 발상’으로 몰매를 맞는 식이 됐다.우리당은 오후에 의총을 열어 지도부가 타협안으로 마련했던 대체입법안을 논의했으나 찬반투표는커녕 변변한 토론도 없이 기각했다. 국보법 연내폐지를 주장하며 농성해온 강경파의 거센 비난 앞에 다른 의견은 숨을 죽였다.

대체입법을 통한 연내 처리를 주장한 이부영 의장과 문희상·배기선·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강경파에 싸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천 대표측은 "강경파들은 천 대표가 국보법 내용을 놓고 야당과 협상했다고 비난하는 등 안팎으로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인 유시민 의원은 "국회의원을 1년 반 해봤는데 지위가 높아질수록, 다선일수록 국민의 생각 및 견해와 멀어지는 현상이 있다"며 여야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초선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의총 도중 밖으로 나와 울먹이며 "당의 일부 중진들이 책임여당을 곧잘 말하는 데 한나라당과 타협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경파들이 말하는 국민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뒤이어 장영달·김태홍·이경숙 이기우 의원 등 농성파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두번째 합의서를 통해 국보법을 내년 2월에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 합의서는 국민과 당원의 열망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놓고도 원내대표들의 합의를 사사건건 비판하는 식이다.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내갈등도 무시할 수 없다.

한나라당도 강경파에 오락가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강경보수파들은 우리당이 국보법 폐지 당론을 고수한 것에 반발, 여야 원내대표들이 서명한 2차 합의서를 무효로 했다. 의총에서 김용갑 의원은 격한 어조로 "최연희 법사위원장 등은 의지를 갖고 국보법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여러분과 같이 국회의원을 하는 게 부끄럽다"고 당내 중도파를 몰아세웠다. 이인기 의원도 "2월 임시국회가 있는 데 무슨 양보를 하느냐"며 "이런 식으로 국보법을 통과시키느니 장렬히 전사시키자"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 의원 역시 "찬양고무 조항을 없애면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도 처벌 못한다"고 "요즘은 젊은 판사들 중에 좌편향이 많아 법원에 기대할 수도 없다"고 항의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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