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태와 건강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불안 초조 증오 분노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고 편안함 기쁨 용서 등의 긍정적 마음은 질병을 치유한다. 심신상관의학은 생각이나 감정이 신체 건강의 조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연구한다. 이 분야의 학자들은 그 비밀을 인체 내부의 자연 치유력에서 찾는다.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의 상호작용 결과인 자연 치유력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때 높아지고 부정적인 마음 상태일 때 나빠진다고 한다.■ 긍정적인 마음 상태에는 기쁨, 감동, 용서, 감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자연 치유력을 가장 높이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특히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최고의 치유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뇌 속에서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활발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로토닌은 정신건강 등 인체의 생리현상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현대인의 심각한 질병의 하나인 우울증은 바로 이 물질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 감사하는 마음은 삶을 긍정적 자세로 살아가게 한다. 원망이나 증오, 분노에 빠지지 않게 하고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갈등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성경에는 죽음의 위기에서도, 절망적인 질병의 상황에서도 신에 대한 지극한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아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얘기가 많이 소개돼 있다. 신앙적, 영성적 감사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감사와는 좀 성격이 다르겠지만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가짐이 팍팍한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주는 단서가 될 수 있을 듯도 싶다.
■ 한 해를 돌아보니 정치판, 경제 등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 하나 성한 곳이 없고 꼬이고 뒤틀린 것들 투성이어서 가슴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에서 그래도 아직은 감사할 것이 한 두 가지는 있지 않느냐는 데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한 결 나아진다. 밑바닥 모르게 추락하다가도 바로 이 지점, 최소한의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새로운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을유년 새해에는 감사할 일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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