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블루스’는 지나친 결벽증에 냉혈한인 대기업 ‘얼짱’ 법무팀장과 지지리도 못난 ‘얼꽝’ 국선 변호인의 엇갈린 인생을 다루고 있다. 이성재가 주인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꽃미남’ 법무팀장 역을 떠올릴 것이다. 실연당한 말년 병장(‘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처음 내비친 후 아픈 과거를 간직한 불량배(‘주유소 습격사건’), 엘리트 조폭(‘신라의 달밤’)을 거쳐 부모를 죽이는 살인마(‘공공의 적’)로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그는 언제나 말끔한 외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성재는 ‘신석기 블루스’에서 아줌마퍼머에 뻐드렁니가 인상적인 추남 신석기 역을 택했다. 예전 영화 속 반반한 모습을 기대한 관객들은 긴장하면 장소불문하고 방귀를 뀌어대고, 천식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그의 연기에 허를 찔린 기분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사고로 몸이 뒤바뀐 두 남자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려 한 김도혁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할까. 미남 이성재를 추남으로 변신시킨 파격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번에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지만, 그 이상의 영화 속 이야기를 볼 수 없도록 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성재는 너무 강한 캐릭터가 주는 산만함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거만하고 육체는 보잘 것 없는 신석기의 이중적인 모습을 무리없이 연기해낸다.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고 배역을 대하는 열정 덕분일까. 허리통증에 시달리던 촬영 감독대신 카메라를 쥐고 하루 분량을 찍어낸 담대함도 그런 그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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