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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기자 푸껫 르포/ "日은 함정, 유럽은 전세기 급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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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기자 푸껫 르포/ "日은 함정, 유럽은 전세기 급파… 우리는…"

입력
200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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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이 여의치 않아 함정 3척으로 부상자들을 후송하고 있습니다."30일 오전 태국 푸켓 시청 사고대책반에서 만난 한 일본 외교관은 아프간 인근 해역에 있던 헬기 탑재 해상자위대 함정 3척이 인근 해역에 도착해 실종자 수색 및 부상자 후송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 주재 일본 대사관에서 파견된 관계자는 20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26일 당일 이미 17개 관련 여행사를 확인해 1,300여명에 달하는 여행객의 소재와 안부를 확인, 이를 토대로 현지공관이 연락두절자, 실종자 등에 대한 현장확인에 나서고 있다. 29일부터는 푸껫, 스리랑카 병원에 수용됐던 일본인 시신이 확인절차를 거쳐 유가족에게 인계되는 등 시신 후송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태 수습에 발빠르게 나서는 것은 일본 뿐이 아니다. 독일 스위스 등은 사고 다음날인 27일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 부상자와 시신을 실어나르고 있고, 방콕 대사관은 물론 인근 국가 대사관 직원까지 현장에 총동원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소지품을 모두 잃은 자국 관광객들에게 현금과 생필품 등을 지원, 이들의 귀국을 돕고 있다.

캐나다의 한 외교관은 "본국에서 의사 2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지원 받아 우리 관광객을 직접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모습은 이들 국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푸껫 사고대책반에는 아침 9시가 다 되도록 직원 얼굴을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제협력단(KOICA) 소속 회원들은 "현지 통역사가 없어 행정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피피섬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은 "미국 스웨덴은 냉동차를 확보해 시신을 운반하는데 한국인 시신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게 선진국 정부와의 차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태국 고급 휴양지인 카오락에서 딸을 찾고 있는 박순희(60)씨는 "장비가 너무 늦게 지원되고 있다"며 "딸의 시신이 썩을 대로 썩었을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처리를 놓고 유가족과 태국 정부와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가 신원확인이 안된 시신을 화장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유가족들은 "얼굴도 못 보고 화장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카오락에서 사흘째 아들 조상욱(28)씨를 찾고 있는 어머니 여연희(55)씨는 30일 "화장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눈물을 쏟았다. 아들 박민혁(5)군의 시신을 확인한 뒤 실종된 장인을 찾고 있는 박모씨는 "어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화장은 안된다"고 성토했다.한국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지 4일이나 지난 30일에야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사태 전담팀을 구성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안이한 사후대책에 유가족들은 또 한번 피눈물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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