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집 연장통엔 펜치와 망치, 몇 종류의 드라이버, 톱날을 다듬는 줄, 못을 빼는 장도리, 끌과 정, 크고 작은 못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그 중에서 내가 가장 신기하게 여겼던 것은 멍키 스패너였다. 우리는 그걸 멍키 스패너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몽끼’라고 불렀다. 리어카 바퀴를 뺄 때, 조금 녹이 슬어 암컷과 수컷이 딱 붙어버린 나사를 풀 때와 조일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 바로 몽끼였다.
연장통을 열면 다른 연장들은 모두 시커먼 얼굴을 하고 있는데 몽끼만 그 속에서 귀족 연장처럼 은색으로 빛났다. 게다가 입 넓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마치 사람과 대화가 통하는 연장 같기도 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몽끼를 가져오라고 할 때 ‘몽끼’라고 말하지 못하고 거 왜 입을 이렇게 저렇게 하는 연장 있지 않는냐, 그걸 가져오라고 했다. 왜나하면 같은 뜰 안에 사시는 작은할아버지의 함자가 바로 ‘몽’자 ‘기’자였기 때문인데, 정작 그 할아버지의 아들들인 당숙들은 방에서고 마당에서고 그 연장을 찾을 때 큰소리로 몽끼, 몽끼 말했다. 아버지만 몽끼를 몽끼라 부르지 못했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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