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으아아악’ 요란한 비명과 함께 아기를 낳는다. 쑥(‘돈텔파파’). 15세 여중생은 동갑내기 친구와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덜컥 임신한다. 그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애들이 사고를 치고 "책임지겠다"며 결혼까지 하다니 입이 벌어진다(‘제니, 주노’). 16세 여고생은 어느날부터 갑자기 결혼에 목을 매달아, 찍어 놓은 남자를 거의 덮치다시피 한다(‘여고생 시집가기’). ‘발랑 까진’ 어떤 여고생은 체육 교생을 대상으로 성적 환상을 모락모락 피워나가는데, 궁금한 것은 또 어찌나 많은지, "선생님, 발기가 정확히 뭐에요?"라고 정색하고 물어볼 정도다(‘몽정기2’). 요새 영화 속 10대들이다.영화 속 설정보다 놀라운 것은 당사자인 10대들의 반응이다. ‘제니, 주노?촬영장에서 10대 출연자들의 반응은 "중학교 때 정말 임신한 애가 학교에 있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도 10대였는걸요." 어른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니까, 하는 표정이다.
모든 것을 알 수도 있다. 그래도 10대의 사랑과 결혼을 다룰 때, 노골적인 성적 코드 사용은 조심스럽다. 10대 영화 신드롬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어린 신부’에서 대학생 신랑 김래원의 끊임없는 유혹에도 고등학생 신부 문근영은 각방 쓰기를 고집하고, 드라마 ‘낭랑18세’에서도 이동건과 열 살 연하 신부 한지혜의 합방은 드라마 마지막 회에 이르러 겨우 이뤄진다.
그 선이 무너진 지금 ‘아니, 이렇게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화를!’이라며 발끈하자니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같고, ‘요새 애들 다 그렇지’ 하자니 무책임한 것도 같다. ‘싱글이 좋다’며 결혼도 안 하려 들고, ‘자신의 삶을 즐기겠다’며 아기도 낳지 않는 어른들 생각하면 도리어 건전한 것 같기도, 일찍 결혼해 일찍 아이 낳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인생 2모작’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여고시절 누구라도, 교탁 아래 고추를 넣어 놓고 벌겋게 얼굴 달아 오르는 총각 선생님을 보며 뒤집어질 정도로 웃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보러 갔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는 기본적으로 순진했고, 어른들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줬던 것 같은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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