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평택시 소사동의 소사뜰 영농조합 사무실. 한 여직원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전국에서 들어온 쌀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이 직원은 주문 내용을 거래처인 택배회사에 통보하고, 주문자들에게는 쌀이 배달될 날짜를 이메일을 통해 알려준다. 20여 건의 주문서를 처리하는데는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소사뜰 영농조합은 인터넷 판매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조합이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은 2001년. 경기도가 농산물 전자상거래를 위해 운영하는 경기사이버장터(www.kgfarm.co.kr)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체험해본 인터넷의 힘은 막강했다.
이 조합이 저농약 재배하는 ‘소사뜰쌀’과 무농약 재배하는 ‘소사뜰 청야미’는 사이버장터를 통해 매년 20%씩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내년에는 일주일에 쌀 수백 포대씩을 주문하는 기업체 4곳과 직거래 계약을 맺기로 했다.
윤상연(45) 소사뜰 영농조합 대표는 "아직 전체 판매량에서 인터넷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따른 홍보 효과는 대단하다"면서 "지금의 판매 신장세는 인터넷에 힘입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판매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스럽다.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는 시중가보다 싼 값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시중가 4만4,000∼4만5,000원의 청야미(10㎏)가 인터넷에서는 3만9,000원에 판매된다. 쌀은 할인판매 자체가 없는 상품이지만 인터넷 판매로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앰으로써 11∼13%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 것이다.
소사뜰 영농조합은 인터넷 거래로 쌓아온 신용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준조합원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10만원을 출자하면 준조합원에게는 평생 ‘쌀 구입시 5% 할인’이 보장된다.
준조합원이 모집되면 조합은 판로를 그만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셈이어서, 농민들은 쌀시장 개방 파고가 밀려오더라도 품질 경쟁에만 힘을 쏟을 수가 있다.
경기사이버장터에는 현재 소사뜰 영농조합 등 도내 340여 우수 농업인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315개 식품판매 사이트 중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한 이 장터는 올해 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지난해 44억원보다 14% 성장했다. 경기사이버장터는 농수산물 도매센터 등을 거치면서 붙게 되는 40% 안팎의 유통 마진을 10%대로 낮췄다. 내년에는 온라인 공동구매, 경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이버장터의 기능을 더욱 다변화할 계획이다.
소사뜰 영농조합이나 경기사이버장터는 비교적 성공적인 경우에 속하지만 우리 농촌은 아직도 앞선 IT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국 120만 농가 중 PC를 통해 농업정보를 수집하는 가구는 6만4,500가구,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가구는 1,849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대역통신망 보급률이 100% 가까운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용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림부와 행자부, 광역지자체들이 뒤늦게라도 IT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보화사업 등에 앞다퉈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 농업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세분화돼있지 않고 정보화 지원사업도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조만간 극복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드람양돈농협, 남양유업, 하림 등의 기업은 영농선진국을 능가할만큼 정보화와 자동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최영찬(47) 교수는 "우리 농촌은 우리와 여건이 비슷하면서도 화훼 낙농에서 세계 최고인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강소국들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이들은 생산보다 가공, 판매 분야에서 더 뛰어난 정보화와 자동화를 이뤄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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