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총리 주재의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벤처창업 지원, 벤처투자 촉진, 벤처관련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골자로 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심각한 경기불황과 실업 등의 경제상황 하에서 이 정책은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21세기의 우리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산업 등의 벤처산업에서 정부정책의 방향은 한국이 안정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인가를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긍정적 효과나 우려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정부정책의 주요 내용은 벤처기업의 창업 시 정부투자기금의 활용을 좀더 용이하게 하고 과거에 실패한 벤처기업인들에게도 선별적으로 재창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개인투자자나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촉진하도록 유인하고, 벤처기업이 일정기간 수익을 못 내도 성장성이나 기술력에 따라 코스닥 등록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실기업은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벤처업계는 우려와 동시에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창업촉진과 퇴출강화 정책은 새로운 기술력으로 무장한 신생기업의 진입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창업유도 정책에 대해서는 영세 창투사의 난립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벤처기업의 인수, 합병을 통한 대형화나 전문화를 유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상당한 시장기반을 갖춘 중견 벤처기업일수록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별 지원해달라는 주문이 강했다. 벤처기업이 당면할 자금난이나 전문인력 부족 등에 대한 지원책과 함께, 나노산업과 같이 시작단계인 산업은 투자비는 많고 투자회수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산업과 차별화한 지원책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정책에 대한 근본적 우려는 실패한 기업인들에 대한 회생 결정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 때 벤처 육성을 위한 자금지원이 벤처거품을 키웠던 일도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1970년대 경제개발기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에서 장점은 계승하되 문제점은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기 정책의 성과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이나 고용창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현재의 정부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그때와는 또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의 공단조성이나 산업인력양성, 자금지원, 국내시장보호 등의 산업정책은 금융, 재정, 무역, 외국인투자, 소득정책등과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었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의지를 가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현재의 벤처기업과 관련된 정부정책에서도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과 장기적인 비전제시, 그리고 이를 보완할 벤처기업인들이나 청와대 경제보좌관들의 실질적인 경험이나 전문성이 요구된다. 어찌 보면 그러한 지도력은 참여정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경제나 사회정책에 대해 열정적이고 효율적인 지도력이 요구됨은 마찬가지다.
또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주도형 산업정책에서는 좀더 섬세한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다. 앞서 벤처업계의 다양한 반응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신생기업과 중견기업, 혹은 나노기술이나 정보기술 산업간에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을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과거의 산업정책이 주로 그랬듯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업계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자금, 인력 등의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에 역점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과 관련한 정부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는 업계 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엄정한 평가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개선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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