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서민들 살림살이가 워낙 빠듯한 터라 절세하려는 봉급생활자들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의 의료비 영수증을 챙겨보니 과세급여 3%를 초과하지 못하는 100만 원쯤 되는 액수였다. 학교와 세무당국에 문의하니 소용없다는 대답이었다."그러면 정부에서 국민더러 많이 아프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울화가 치밀어 세무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담당자는 그게 아니라고 했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부당 공제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비 부풀리기였는데 그 ‘악습’이 급여의 3% 초과분부터라는 단서조항과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이 많이 아파 의료비 부담이 큰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3%초과분부터 공제대상이라면 소용없게 되는 의료비 영수증이 아까워서라도 더 채우려는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을 법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보건복지부 양식의 영수증만 공제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것은 의료비 부풀리기의 부당 공제를 막는 유효한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3%초과분도 없애야 맞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3%초과분인지 알 수가 없다. 똑같이 아파서 지급한 의료비인데 적은 액수는 공제 대상이 안 된다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급여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3%초과도 문제다. 예컨대 2,000만 원과 4,000만 원 급여는 각각 60만 원과 120만 원 이후부터 공제대상이다. 200만 원을 똑같이 의료비로 썼는데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두 배에 가까운 혜택을 받는 것이다.
4,0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그만큼 많이 버니까 공제 혜택을 줄여도 좋다는 계산인데 모르는 소리다. 4,000만 원 급여는 자녀 교육비 등 가족부양으로 생활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층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느 약국의 경우 처방전 없는 의료비 영수증은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영수증을 가져 가도 소용없기 때문이라는데 세무서에 문의하니 그것도 아니었다. 처방전이 없어도 질병치료용 의약품 영수증은 공제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약국에서 다른 이유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면 당국의 홍보 부족인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3% 초과분 제도를 폐지하여 적은 액수라도 쓴 만큼 공제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게 어렵다면 급여별로 공제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일괄적인 3% 규정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장세진 전북 전주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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