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이 잘못 가고 있다. 국민은 못살겠다고 하소연하는데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며 미지근한 정책을 내놓았다. 노림 수가 잘못됐으니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뉴딜정책은 공황상태에 빠진 미국경제를 살리려 한 비상 경제살리기 대책이다. 한국경제도 체감경기가 -10%에 달하고, 경제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데다, 중국개발의 후폭풍에 따른 위기 등을 감안하면 비상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판과 대비해보면 우리가 한참 잘못 가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미국판 뉴딜이 망가져버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완전히 새 판을 짜자는 정책인데 반해 한국판 뉴딜은 성장률을 0.5%쯤 끌어올리기 위한 어정쩡한 미봉책이다. 미국판은 무너져 내린 시스템을 복원하자는 정책인데, 한국판은 오히려 시스템에 혼선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 위기극복의 요체는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은 없고 정책수순도 무시한 채 연기금까지 내놓고 베팅을 하는 모양새다. 연기금은 경제살리기 정책에 직접 동원할 것이 아니고 인센티브를 주어 간접 투자케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은 정치판부터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우는 당시 농업조정법(AAA), 전국산업부흥법(NIRA)등 핵심법안이 위헌판결을 받을 만큼 상식을 넘은 법안이었는데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 끝에 신속하게 모두 합의처리됐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앞에서도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싸움질만 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어려운 문제를 가장 쉽게 풀었다. 반면 한국판은 가장 쉬운 문제를 가장 어렵게 풀면서 쩔쩔매고 있다. 당시 미국은 돈이 말라붙어 최후 수단인 재정을 동원했다. 그러나 우리는 남아도는 돈이 400조원이나 돼 은행과 일부기업의 금고에는 돈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것을 동원할 생각은 않고 뜻밖에도 연기금을 동원하려 하니 겨우 10조원을 갖고도 세상이 시끄럽다.
우리경제는 IMF사태 때보다 더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한국판 뉴딜은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갈 건설적이고도 생산적인 대규모의 전략적 투자사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판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동북아물류중심지 구축과 개성경제특구 건설을 제안한다.
동북아물류중심지 구축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경제에 먹히지 않고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양국경제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서해안에 수도권 신항만을 건설하고, 첨단 - I/T - 부품 - 소재 - 조립생산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상하이, 칭다오, 톈진, 다롄 등지에 대형물류중심지를 만들고 있으므로 빨리 서둘러야 한다.
개성경제특구 건설은 남북경제협력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 중국에 나가있는 3만5,000개 한국기업 대부분과 중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을 개성경제특구로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생산기지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동북아물류중심지 구축과 개성경제특구 건설을 위해서는 유휴자금 400조원의 10%에 해당하는 40조원과 외환보유고의 10%에 해당하는 20조원, 도합 60조원을 동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명, 무기명 채권을 구분해 2.5~4% 차등금리로 발행하면 쉽게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윤 전 언론인 Naverblog.얼짱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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