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대표회담 결렬에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8일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면서 일부 쟁점 법안의 단독처리를 시도했고, 한나라당은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등 연말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이날 여야는 운영위와 교육위 행자위 등 상임위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전선(戰線)을 만들며 가파르게 대치했다.
운영위에선 우리당이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몸으로 가로 막으며 충돌이 벌어졌다.
우리당 원내대표인 천정배 운영위원장은 오전 11시40분께 운영위 전체회의를 개회, 두 법안을 처리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남경필 원내수석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천 위원장을 둘러싸고 "날치기는 인정할 수 없다"며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날치기당’ ‘폭력저지당’ 등 막말을 주고 받으며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양측 대치가 2시간 여 동안 이어지자 결국 천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한 뒤,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질서유지를 위해 경호권을 발동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심야까지 운영위 회의장을 점거한 채 여당의 단독처리 강행에 대비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오후 김원기 의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국회법에 따라 심사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직권 상정, 이번 회기 내 처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천 대표는 이날 의장이 마련한 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도 거듭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이에 김 의장은 "오늘은 아무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확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국보법을 제외한 다른 법안들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행자위에서도 과거사법을 상정해 처리하려는 우리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간 실랑이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교육위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오후 전체회의가 열리자마자 사립학교법 상정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낸 것을 신호로 우리당 의원들이 즉각 제청하며 가세했으나 한나라당 소속인 황우여 위원장이 거부하는 바람에 장시간 대치했다.
이에 앞서 우리당은 의원총회와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어 4대 법안 등의 연내처리 의지를 다졌다. 의총에서 의원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유신 공주의 모습에 숨이 답답했다"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도 여당이 상임위별로 쟁점법안을 일방처리 할 움직임을 보이자 오후 2시 긴급의총을 열어 운영위 등 4대법안 관련 상임위장 점거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가는 등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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