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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의료계 결산/ 부작용…약효 미미…신약들 잇단 안전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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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의료계 결산/ 부작용…약효 미미…신약들 잇단 안전성 논란

입력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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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PPA 성분이 든 감기약의 전면 판매 금지, 만두 파동, 독감백신 효능 논란 등으로 이어진 식약청 대응방식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으며, 요가 반신욕 유기농밥상 등 웰빙 열풍도 대단했다. 한 때는 신약으로 대접받던 약들이 일순간 안전성 문제로 판매 중단등 의약품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준 한 해였다. 병원 개방, 민간의료 보험의 필요성이 끊임 없이 제기됐으며, 2005년 국내 의료계 지각변동을 암시하고 있다.1. 약 과신 경종 울려

약의 안전성 문제가 올 연말 의료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9월말 관절염 통증 치료제 ‘바이옥스'가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퇴출된데 이어, 또다른 관절염 치료제인 ‘쎄레브렉스'의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연구결과가 나와 환자들이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또 기적의 신약으로 평가받으면서 폐암환자들로부터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도 생존율을 높이는데 최근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폐암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약들은 2000년 이후 시판된 신약으로 제약계의 블록버스터로 간주돼 왔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화이자의 쎄레브렉스는 COX-2라 불리는 통증과 염증 유발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선별 적으로 차단하는 신개념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200㎎가 판매돼 왔다. 2000년부터 국내에 발매되기 시작한 쎄레브렉스는 이제까지 기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특히 위장장애 부작용이 심했던 환자들에게 각광받으며 바이옥스와 함께 국내 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해 왔다. 10월 바이옥스 퇴출 이후 쎄레브렉스가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여겨졌으나, 쎄레브렉스의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17일 쎄레브렉스의 대장암 예방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매일 세레브렉스 400㎎ 또는 800㎎을 복용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위약군)에 비해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이 2.5~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암연구소는 부정적 연구결과가 나오자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또 TV광고도 중단했다.

하지만 화이자는 바이옥스의 임상시험 결과 리포트 이후 즉각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던 머크사와 달리, 현재까지는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이자는 23일 의료관계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번 연구 외에 또다른 연구가 진행중이며, 이 결과를 분석한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 쎄레브렉스의 사용을 제한하라는 내용을 발표했으며, 2월중 이 제품을 평가하는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장장애가 심각한 환자에게는 아직까지는 COX-2억제제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독일과 영국 보건당국에서는 심장병 환자에게는 쎄레브렉스 제제 처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허혈성 심질환 또는 뇌혈관 질환을 지닌 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다른 대체 치료제로 전환하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안전청도 쎄레브렉스에 대한 처방, 조제, 복용지도에 유의해야 한다는 서한을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관련단체에 보냈다. 식약청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료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한해 처방, 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양대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너무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 주치의와 상담하기 전 함부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환자 개인별로 위험성보다는 유익성이 상회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치료제 이레사도 제조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실시한 대규모 임상시험 (ISEL)결과 이 약물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명 연장에 이익이 없다는 것이 20일 밝혀졌다.

이레사는 기적의 신약으로 일컬어지며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시판돼왔다. 특히 구토, 탈모 같은 부작용이 적고 하루 한알 복용하는 경구용 약제로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편리한 약물이라는 점에서 이레사는 임상시험도 끝나기 전에 말기암 환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식약청은 항암제 투약을 허용하기도 했다.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은 5.1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5.6개월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종양의 크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생존 기간 연장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발표 이후 모든 판촉활동을 중단했으며, FDA는 현재 이레사의 시장 회수를 포함한 여러 제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약물은 연구 결과는 지구상에 안전한 약이란 없다는 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신약이라고 무조건 과신하는 것도 오히려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은 약을 처방받기 전 ▲이 약은 무슨 약인가 ▲나는 얼마나 이 약을 복용해야 하나 ▲부작용은 무엇이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을 꼼꼼히 알아본 후 약을 복용하라고 권한다. 독이 약이 될 수 있고, 약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줄기세포 이용 임상연구 활발

올해 2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를 복제해 인간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국내 의료계에서는 난치성 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알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각종 임상시험 결과들이 이어졌다. 골수 내 줄기 세포 이식,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경색 치료, 피부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피부 개발 등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3~5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반신욕·요가 열풍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느긋이 누워 음악을 듣는 웰빙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유난히도 많았다.

반신욕이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부를 곱게 하고 피부탄력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남녀 노소 반신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욕조 덮개, 아로마 오일, 목욕 소금 등 입욕 용품도 덩달아 불티나게 팔렸다. 요가 열풍도 대단해, 요가 강습소가 엄청 늘어났다.

4. 국산 독감백신 효능 공방

수입완제품 독감 백신이 국내 제조품보다 좋다? 국산 독감 백신의 효능을 둘러싸고 식품의약안전청, 대한의사협회, 다국적 제약업체 간에 논란이 거듭됐다. 발단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수입완제품이 기존제품보다 뛰어나다는 독감백신 효능 비교표를 만들어 일선 병의원에 나눠주면서부터. 식약청은 과대광고 혐의로 GSK에 행정처분을 내렸고, 의협과 GSK는 백신에 함유된 수은화합물 치메로살의 위해성을 부각시키며 여전히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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