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여기 있고 인간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이 어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이나 예술과 동질성이 있습니다."세계 물리학계의 최고 두뇌들이 모인다는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 ‘양성자·반양성자 충돌 실험 그룹(CDF·Collider Detector at Fermilab)’. 12개 국 850여명의 물리학자가 참여하는 이 실험 그룹을 이끌고 있는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김영기(43·여) 교수는 28일 인터뷰에서 입자물리학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CDF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입자가속기 ‘테바트론’으로 양성자·반양성자 충돌 실험을 통해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히고자 만들어진 대규모 물리 실험 그룹이다. 김 교수는 6월부터 이 그룹 공동대표를 맡아 실험을 지휘하고 있다. CDF 대표는 연구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자리여서 학문적 능력뿐 아니라 통솔력과 신뢰를 갖춰야 될 수 있다.
김 교수가 이번에 모국을 찾은 이유는 고려대에서 29~30일 열리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과학문화 확산운동인 ‘사이언스 코리아’의 일환으로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것이다.
"중학생 시절 놀기 좋아하던 저를 과학의 세계로 이끈 분은 ‘과학 경시대회에 한번 나가보라’며 격려해 주신 물상 담당 김동구, 윤효중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런 계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강의도 되도록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과수원 집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이불 뒤집어쓰고 철학책 읽기에 빠져 있던 감수성 많은 소녀였다. 고려대 물리학과에 진학해서도 탈춤 동아리 활동으로 공부는 멀리하다가 3학년 때 강주상 교수의 입자물리학 강의를 듣고 물리학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됐다. 생전 CDF에서 활동했던 이휘소 박사의 제자이기도 한 강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고대에서 석사,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버클리대 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시카고대 교수로 있다. 2000년 10월 과학 전문지 ‘디스커버’가 선정한 ‘21세기 세계 과학을 이끌 20인의 과학자’로 뽑히기도 했다. 미국 ‘고에너지물리학자문회’ 회원이며 올해 초에는 물리학에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미국물리학회 펠로’로 선발됐다.
김 교수는 30일 오후 3시 30분 고대 인촌기념관에서 ‘핵소립자와 우주 세계의 만남’을 주제로 강연한다. 문의 (02)559-3840
글·사진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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