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하지마.", "미꾸라지.", "날치기 당", "폭력저지 당."기금관리법 등의 강행시도와 저지사태가 빚어진 28일 국회 운영위 회의장에서 여야간에 오간 말들이다. 시정잡배를 방불케하는 막말이 튀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과거 국회에서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지만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자임했던 초선의원들조차 이젠 몸에 밴 듯 서슴없이 언쟁에 가담했다.
26일 밤에는 국보법 연내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 중인 열린우리당 강경파 의원들이 직권상정 요구에 묵묵부답 중인 국회의장의 처신에 격렬히 항의했다. 물론 이들은 "의장의 직권상정만이 국보법을 연내 폐지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하는 충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또 "앞 뒤 문맥을 보지 않고 구미에 맞는 부분만 쓴다"고 언론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의원들이 의장의 처신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성토하고 압박하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적장이라도 장수는 예우해줘야 한다"던 어느 초선의 말이 옳다면 국회의장은 국회의 최고 수장이 아니던가.
정치는 바른 말과 품격 있는 처신이 기본이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설득해 내는 기술이 정치다. 더욱이 ‘선량’에게는 이런 자질이 필수적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도 하고 웃으며 상대의 양보를 받아내는 ‘무위의 정치’는 고전에만 나오는 말일까.
문제는 이들의 이 같은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기를 잡겠다면 물어뜯겠다"는 독설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모욕적 발언은 이제 국회에서 일상사처럼 들린다.
물론 사소한 말실수를 언론이 꼬투리 잡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개혁이니 국가와 민족이니 하며 내세우는 명분에 걸맞은 처신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조경호 정치부 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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