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해저에서 26일 발생한 강력한 지진은 인근 섬들을 옮기고 고도를 변하게 하는 등 지구 지형의 변화까지 유도했다.미국 지질학연구소(USGS) 켄 허드너트 연구원은 27일 "리히터 규모 9.0의 이번 지진으로 수마트라 섬은 남서쪽으로 36m, 그 남서부 섬들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20m 정도 움직였다"고 밝혔다.
일본의 도쿄(東京)지진연구소는 이번 강진으로 길이 560km, 폭 150km에 이르는 단층이 최대 13.9m 움직였다고 말했다.
수마트라 섬은 한반도 면적의 2배 이상인 47만3606km²나 된다. USGS 지진정보센터의 스튜어트 시프킨 소장은 "이번 지진은 호주·인도 지각판이 유라시아 지각판의 밑으로 끼어들면서 발생했기 때문에 수마트라 인근 섬들의 고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형의 변화 및 지각판의 이동은 기울기가 약 23.5도인 지구의 자전축에까지 영향을 줬다. 허드너트 연구원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뒤 지구축이 다소 변동했고 지구 운동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파장이 무려 지구를 3바퀴나 돌았다는 것을 관측해 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진원에서 8,900km 떨어진 남극의 일본 쇼와(昭和)기지서도 관측됐다면서 27일 오전 2시10분에는 남극 해상에서 파고가 73cm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진의 향후 파장에 대한 평가는 과학자들마다 다소 엇갈린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릴 정도로 화산과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이처럼 거대한 지진이 발생함으로써, 향후 지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추가적인 지진이 일어 날 수 있음을 예고했다.
그러나 호주지질학연구소 지질학자 크베탄 시나디노프스키는 28일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지진이 환태평양 화산대 내 다른 지역의 압력과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을 수 있다"며 "통계적으로 볼 때 이번 지진으로 많은 에너지가 방출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이 지역의 내압력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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