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방학은 틀에 박힌 학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 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보충하랴, 미뤄왔던 건강관리에 신경 쓰랴, 학기중보다 오히려 더 바빠진다. 질병에 따라서는 유·청소년기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평생 고질병이 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방학 동안 무엇을 점검하고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축농증·중이염 = 아이들이 비염이나 중이염, 편도선염을 앓으면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중이염은 증상이 가벼우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3개월 이상 앓거나 항생제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학습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축농증(만성 부비동염)의 경우에도 약물 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물혹이 자라나 콧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편도에 염증이 생기거나 정상보다 커지는 편도선염이 1년에 4~5차례 이상 발생하거나, 중이염이나 축농증 등 주변 기관에도 질환이 생길 경우엔 편도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호흡 곤란을 일으키거나 침을 삼키기 어려울 때, 코를 심하게 골고 잠자는 동안 잠시 숨이 멎을 때에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
◆ 사시 = 물체를 바라볼 때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 사시는 어린이의 2%에서 나타나는 흔한 안과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하거나 수술하지 않으면 약시가 돼 시력을 잃을 수 있다. 햇빛에 나갔을 때 한쪽 눈을 찡그리는 경우, 고개를 기울이거나 옆으로 돌려서 보는 경우, TV를 앞에 다가가서 보려고 하는 경우, 눈동자가 자꾸 떨리는 경우 등에 사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시는 적어도 6세 이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법이 발달해 간단한 수술을 통해 정상이 될 수 있다.
◆ 점·주근깨 = 점, 주근깨, 오타모반 등 색소성 질환은 뭉쳐있는 색소만 제거해주는 레이저로 태워 없앤다. 특히 이마, 눈 주위, 광대뼈 근처에 넓게 퍼져 있는 청색이나 회색의 오타모반은 자연적 치료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환부가 넓어지며 색깔이 점점 진해지는 것이 특징이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게 좋다.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난다고 청춘의 심벌이라고 불리는 여드름은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면서 피지가 과잉 생산돼 나타나는 것으로, 이때 오염된 손으로 함부로 짜면 얼굴이 울긋불긋해지거나 피부가 움푹 파이는 여드름, 흉터, 모공 확장 등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여드름 치료의 기본은 청결이며 적절한 비누세수는 치료에 필수적이다. 특히 고름이 있는 여드름은 병원에서 약물치료와 병행해 여드름을 관리해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비만 =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비만이 지속되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성인병이 나타난다. 고도 비만아의 경우에는 78% 이상이 성인병을 한가지 이상 갖고 있다. 또 비만아는 몸이 뚱뚱하고 둔해 또래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자신감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게 되며 우울증이 생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어른처럼 식사량을 줄여 살 빼면 성장 장애와 뇌 발달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장에 필요한 열량은 섭취하면서 운동으로 살을 빼야 균형 잡힌 몸을 만들 수 있다
겨울철에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소비되는 열량이 증가하므로 다른 계절보다 쉽게 살을 뺄 수 있다. 지방은 땀이 약간 나오는 시점부터 소비되기 때문에 보통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불필요한 지방을 없애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 또 아이들은 혼자 운동하면 금방 질리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운동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 충치 = 취학 전 어린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이미 발생한 충치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한 불소도포, 실란트 등도 함께 해주면 좋다. 썩기 쉬운 이빨 표면의 오목한 부분을 실란트로 메우고 치아 표면을 불소로 씌워주면 충치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처지는 영구치가 나온 후 곧바로 시술하는 게 좋다.
치아의 배열이나 교합이 좋지 않은 경우 교정치료가 필요한데, 턱뼈 등에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12세 전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골격의 문제가 있으면 치과의사와 상의해 치료 시기를 앞당기거나 미룰 수 있다.
어린이들은 충치가 생겨 이빨을 뺀 뒤 방치할 때가 많은데, 이 경우 인접한 치아들이 빈 자리로 쓰러지고 반대쪽 치아도 빈 공간으로 내려올 수 있으므로 즉시 처치를 해야 한다. 최근엔 이빨이 빠진 자리에 인공치아(임플란트)를 심어주기도 한다.
앞니 사이가 벌어지거나 치아가 검게 변색된 경우, 치아 색이 어둡거나 누런 빛을 띠는 경우에는 표백법, 레이저치료, 라미네이트 등으로 치아를 하얗게 만들 수 있는데,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방학 시작과 함께 치료를 서두르는 게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소아치과 최병재 교수,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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