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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아 지진해일 대재앙/ "파라다이스가 죽음의 해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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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아 지진해일 대재앙/ "파라다이스가 죽음의 해변으로"

입력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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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죽음의 해변이 됐습니다."28일 태국 푸껫 최대의 해변인 빠통비치에서 사체 수습 작업을 하던 한 구조대원은 끝내 눈물을 떨궜다.

하루 3만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세계적 해변 휴양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참혹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해변에는 건물 잔해와 파도에 쓸려온 쓰레기 더미가 늘어서 있었고, B나이트클럽에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밀고 들어 온 배가 아직도 올라서 있었다. 거리엔 주인을 잃은 옷가지와 가방, 여권 등이 군데군데 쌓여 있어 당시의 참상을 짐작케 했다.

27일 푸껫에 도착한 미국인 관광객 제이슨 스미스씨는 "비극의 흔적이 아직 그대로 있다"며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껫과 피피섬 등 인근 섬을 연결하던 라차다 선착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선착장에서 가게를 하는 랑킨씨는 "부두가 모두 흙으로 뒤덮여 간신히 치웠지만 곳곳이 흙탕물 투성이"라며 "누가 감히 섬에 들어가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피피섬에서 3일만에 돌아온 선착장 관리인 야이(26)씨는 "피피섬에는 관광객이 아무도 없다"며 "쓰레기 더미만 피피섬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희생자 수가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는 푸껫 현지에서도 서로 말이 엇갈렸다. 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26일은 피피섬에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날이 아니었고, 다른 섬도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이 찾는 시간보다 조금 먼저 해일이 덮쳐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피섬에서만 희생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발을 동동 구르는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한국인 피해자가 사망 3명, 실종 12명, 소재 미확인 520여명이라고 발표해 이 같은 우려를 더했다. 피피섬은 지금 사체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푸껫 H여행사의 정진덕(50) 사장은 "피피섬 해안가는 아수라장이 되면서 곳곳에 죽은 시체가 늘어서 있었다"며 "동료들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승객 대부분이 한국인인 페리호가 도착 예정 시간보다 10분 이른 10시20분에 피피섬에 도착해 한국인 피해자가 늘어났다"며 "10시 30분 해변에 있던 한국인들을 거대한 파도가 덮쳐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초만 늦었어도 우리 가족 4명도 모두 몰살당했을 것"이라고 치를 떨었다.

Y여행사의 김모씨도 이날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상황을 설명하며 피피섬의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푸껫=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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