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협상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5시30분께 4인 회담을 속개, 밤 늦게까지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양당 지도부는 이날 회담에서 우리당 우윤근 의원과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을 배석시켜 국보법의 세부 내용과 법안 명칭을 논의, 극적인 합의 가능성이 전망되기도 했다. 특히 회담 중 한나라당이 국보법 명칭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대체입법으로 의견이 접근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구제척인 조문을 논의한 게 아니라 국보법 개폐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법리적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의 김빼기와는 달리 우리당 핵심관계자는 "이부영 의장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가부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 여야 지도부가 막판 타결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4인 회담 대표들은 과거사법과 관련해서도 우리당 문병호 의원과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을 참석시켜 과거사위원회의 구성방식과 조사법위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청취했다. 유 위원은 특히 "과거사법은 사실상 세부적인 몇 가지 내용만 남았다"고 말했다.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여야는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4인 회담을 취소한 채 상대에게 "진전된 안을 가져오라"며 기 싸움을 벌여 "아예 회담조차 못 열리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을 낳았다.
우리당은 오전부터 회담 결렬을 기정사실화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이부영 의장은 "한나라당은 타협안을 내놓지 않고 버틸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당직자들은 회담 좌초의 책임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있음을 강조하려는 듯 "박 대표가 앵무새처럼 수첩에 써온 말만 읽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협상 종료시점을 코 앞에 두고 당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중재 안을 발표하기 위해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대변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 대표는 "지켜야 할 가치들은 꼭 지켜내겠다"고 말했고, 김덕룡 원내대표도 "유연한 처리를 당부한 대통령의 자세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부의 강경한 주장이 누그러지지 않아 혼선이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방 속에 여야는 오후 들어 비공개 전화접촉을 통해 최대 쟁점인 국보법 문제에 대한 절충 가능성을 타진한 뒤 각 당의 최종 협상안을 점검하고서 회담을 재개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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