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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분식회계 2년유예'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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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분식회계 2년유예' 왜 나왔나

입력
200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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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증권 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 기업의 세 가지 위법 행위가 집단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어느 한 사람만 승소해도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른 주주들이 구제를 받게 되는 것이죠. 최근 분식회계에 대한 소송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는데, 27일 정부와 여당은 분식회계를 2년간 소송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왜 벌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에겐 치명적

분식회계는 기업이 자산, 매출, 비용 등을 실제보다 확대 또는 축소하는 ‘장부 왜곡 행위’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과거 분식에서 자유로운 곳은 별로 없을 겁니다.

집단소송법 부칙 제2조는 ‘시행 이후 최초로 행하여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부터 적용한다’고 돼있습니다. 즉 과거에 행해진 분식회계는 법 시행 이후 적발되더라도 집단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는 두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당장 내년 3월에 기업이 제출하게 될 사업보고서에서 전기 오류 수정 방식을 택하든,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방식을 택하든 과거 분식을 해소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과거 분식이 드러나도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위법 행위를 ‘고해성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소송은 아닐지라도 민법 상법 등 다른 법률에 의거, 일대일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해집니다. 또 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지표가 순식간에 나빠지게 됩니다.

두번째는 분식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경우입니다. 과거 분식이 은폐된 상태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법 시행 이후인 2005년 사업보고서에서 새로운 분식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발되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두가지 경우 모두 기업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도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입니다.

◆ 결국 2년 미루기로

전국경제인연합가 그동안 부칙 제2조를 고쳐달라고 요구해온 것도 이때문입니다. 현재 조항에다 ‘다만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이 이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행위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달라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법 시행 이전인 2003 회계연도(2004년 3월 제출분)에 분식을 한 기업이 이를 고치지 않고 2005년 3월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치죠. 이 경우 2005년 5월쯤에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분식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과거 분식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전경련의 주장은 사실상 ‘과거 분식을 시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받아들여질 경우 대외신인도에 흠집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과거 분식과 관련된 분식’과 ‘전혀 새로운 분식’을 정확히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재무제표에 전년도 분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역분식, 또 이것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분식이 혼재돼 있는 상태에서는 주가 하락이 과연 어느 것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판단해 소송의 대상을 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분식에 대해 기업측이 과거 분식과 관련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원고측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죠.

이에 따라 정부 여당에서는 2년 ‘장부 정리 기간’을 주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유예기간을 더 줄 테니, 고해성사를 하든 추가 분식을 하든 털어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고해성사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또 추가 분식을 한다면 2년 뒤 지금과 같은 문제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지 문제를 2년 뒤로 미루는 셈이죠.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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