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와 후보 독살설 등 오욕으로 점철됐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재투표에서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50)가 27일 끝내 '오렌지 혁명'을 완수했다. 그러나 여당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대법원 탄원을 준비하고, 그의 지지기반인 동·남부 지역도 선거 불복을 시사해, 우크라이나는 다시 분열위기로 치닫는 모습이다.외관상 이번 선거로 구소련권에선 지난해말 ‘무혈혁명’을 이룬 그루지야에 이어 두 번째로 친서방 정권이 탄생한 셈이다. 유시첸코는 이날 "우크라이나는 14년간 독립국가였지만, 이제 자유국가가 됐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되새겼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야당 지지자 수만명이 지난 2개월간 투쟁의 거점이었던 독립광장에 몰려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거리에선 유시첸코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깃발을 매단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면서 축하 퍼레이드를 벌였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후 민주화와 경제개혁에 잇따라 실패했고, 특히 레오니드 쿠츠마 현 대통령 체제가 10년이나 지속되면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가중돼왔다. 이번 재투표에서 유시첸코가 비교적 낙승한 것은 이 같은 구태를 청산하겠다는 국민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려 3차례의 투표 소동에서도 노정됐던 지역 및 정파간 분열은 유시첸코 정권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신문인 ‘시보드냐’는 야누코비치 총리가 최근 "나의 지지자들은 키예프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상기하면서 향후 정국이 또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 야누코비치의 지지기반인 동부지역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러시아와 경제·문화적으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친서방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2등 국민’으로 추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동·남부지역 주지사 17명을 포함한 유력인사 3,500명은 지난달 28일 유시첸코가 당선되면 자치공화국 수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상태다.
이번 선거는 유럽연합(EU) 및 미국 대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이 강해 향후 유시첸코 정권의 대외정책 방향도 관심거리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