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하승진(19·223㎝)이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인 미국 프로농구(NBA) 코트에서 뛰게 됐다.
하승진의 에이전트인 존 김은 27일 "하승진이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정식 입단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 기간은 3년이며 계약금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포틀랜드 구단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하승진의 인터뷰와 함께 계약 사실을 톱 뉴스로 올렸다.
이로써 하승진은 6월 2004~05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6순위(2라운드 17번)로 포틀랜드에 지명된 뒤 NBA 하부리그인 ABA를 거쳐 6개월만에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진정한 ‘NBA 리거’가 됐다.
하승진은 "계약을 했다는 게 꿈만 같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란 마음으로 열심히 해 풀타임 NBA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NBA 신인 최저 연봉이 38만5,277달러(약 4억377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하승진은 3년 동안 최소 13억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NBA 서부 컨퍼런스 북서부지구 중위권(3위)에 속한 포틀랜드는 최근 치열한 순위 다툼으로 센터진 보강이 절실해짐에 따라 ABA에서 기량이 급성장한 하승진을 NBA로 전격 승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승진은 이르면 28일 포틀랜드 로즈가든에서 열리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홈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틀랜드 존 내시 단장은 "하승진이 ABA에서 효율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며 "앞으로 코치진의 특별한 배려 아래 매일 그의 출전여부가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승진은 NBA코트에 나서더라도 당분간 식스맨으로 3~5분 정도 뛰면서 기량을 검증받게 된다.
이날 계약을 마친 하승진은 곧바로 포틀랜드의 구단 훈련에 합류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한·중·일 삼국지 열리나
하승진의 진출로 NBA에는 한중일 3국의 선수가 모두 입성하게 됐다.
가장 먼저 NBA 문을 연 선수는 중국 출신의 야오밍. 2002년 드래프트 1순위로 휴스턴 로키츠에 입단한 야오밍은 올해로 3년째 꿈의 무대를 누비고 있다.
야오밍은 229㎝의 큰 키와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만리장성의 위력을 과시하며 데뷔 첫해와 지난해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 19점 리바운드 8.9개를 기록하며 미국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피닉스 선스에 입단해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던 다부세 유타는 야오밍이 부러울 뿐이다. 175㎝의 단신가드인 그는 올 4경기에 나와 총 17분을 뛰며 7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급기야 최근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ABA 시절 하승진은 모두 5경기에 출전해 총 57득점(경기 당 평균 11점) 35리바운드(경기 당 평균 7개)를 기록하며 높이와 득점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한창도 SBS농구 해설위원은 "하승진이 NBA에서 성공하려면 스피드 보강이 최우선이며 경기를 읽는눈을 기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 하승진 누구인가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 NBA에 입성한 하승진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국내 최장신선수로 농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원 삼일중을 졸업한 그는 삼일상고 3학년 때인 2003년 팀 22연승과 전국대회 4관왕의 위업을 주도했다.
하승진이 NBA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SFX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면서부터. 이후 하승진은 미국 LA에서 약 6개월동안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 영어 등을 배우며 차근차근 ‘빅리거’의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꿈은 올 6월 뉴욕에서 열린 2004 NBA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되며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승진에게 작은 시련이 찾아왔다. 포틀랜드가 "코트에 하승진을 당장 내놓기엔 경험과 세기가 부족하다"며 하승진을 NBA 하부리그인 ABA의 포틀랜드 레인스로 내려보낸 것. ABA는 농구 유망주들이 NBA에 들어가기 전 기량을 닦는 마이너리그. 팀의 파산 위기 등 어수선한 가운데 시즌에 들어간 하승진은 큰 키와 가공할 블록슛, 든든한 골밑 장악력을 선보이며 센터로서의 무한한 장래성을 과시했다.
하승진의 아버지 하동기(205㎝)씨는 국가대표 농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권용숙씨도 사이클선수로 활약했다. 또 친누나 하은주(202㎝)도 일본에서 여자농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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