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 재선임된 박기정씨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거부 방침을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더욱이 언론재단 노조가 박 이사장의 연임 반대는 물론, 정부가 내정한 서동구 전 KBS 사장에 대해서도 반대투쟁을 벌이기로 해 내년 1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이사장의 장기 공석사태까지 우려된다.박 이사장은 27일 오후 노사협의회를 마친 뒤 "적법 절차에 따라 다시 일을 맡겨준 이사회의 뜻을 따르겠다"면서 정부측의 자진사퇴 요구를 정면 거부했다. 그는 "정 장관이 거부방침을 밝힌 직후 임명 제청을 하면 들이받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어 오늘은 내지 않겠다"면서 "그러나 임명 제청을 강행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임명 제청이 오면 고민하지 않고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를 내정한 것은 ‘코드 인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121억원과 문화부 예산 20억원을 쓴다. (정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서동구씨는 언론인으로 훌륭한 길을 걸어온 분이며, (언론재단 이사장으로) 딴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해 서씨의 임명을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의 ‘뜻’이 관철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 장관이 박 이사장의 임명 제청을 거부하면 언론재단 이사회를 열어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23일 이사회에서 수개월 전부터 내정설이 떠돈 서씨를 제치고 박 이사장에게 재선임하는 ‘반란’을 일으켰던 이사들이 현재 ‘박 이사장 임명 제청’ 강행에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서씨에 대한 반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걸림돌이다. 노조는 이사회에 앞서 서씨의 내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재단의 향후 운영방향 등에 대한 질의를 보냈고, 22일 답변서를 노조 게시판에 띄워 일부 이사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노조는 27일 "서씨도 부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박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줄 세우기와 갈등을 조장하고 대외적으로도 잘 한 일이 없다"면서 "박 이사장의 연임 반대는 물론, 서씨 임명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12월31일까지. 따라서 신임 이사장 임명 파문이 확대될 경우, 언론재단은 내년 1월1일부터 업무 공백 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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