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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금알 낳는 거위’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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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금알 낳는 거위’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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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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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 노심초사하며 불로초를 구하던 일이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두인 웰빙 열풍은 불로장생이나 무병장수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비로소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에 따른 신약개발 능력의 획기적 성장으로 이러한 염원의 실현이 기대되고 있다.의약품 시장규모는 내년 세계시장 6,000억 달러, 국내시장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개발에는 평균 10~15년의 기간과 1억~6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나, 성공확률은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매년 평균 3억 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을 보장해 준다. 말하자면 신약개발 관련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미래형 첨단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역사가 백년이 넘는 선진국들에 비해 겨우 15년에 불과하다. 1999년에야 국산신약 1호인 ‘선플라’를 탄생시켰고, 최근 ‘팩티브’가 미국 FDA에서 신약으로 승인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제약업계는 당장의 경영 성과에 급급해 신약 개발보다는 특허가 완료된 약품을 복제하는 ‘카피 약’ 생산에 치중하는 실정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력은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결과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면서 생물정보학적(bioinformatics)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수천의 ‘의약 작용점’이 예측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신약개발의 열기가 고조되고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많은 작용점 가운데 실제로 질병에 직접 관여하는 특정 작용점의 탐색과, 이에 작용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의약 후보물질’을 체계적으로 창출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분자구조 면에서 합성이 가능한 물질의 수는 너무 많으므로, 이를 모두 합성하고 효능 및 안전성 검색을 통해 의약으로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일은 그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매우 힘든 일이다. 다행히 최근 화학, 생명공학, 컴퓨터 기술 등 신약개발 주변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작용점의 3차원적 단백질구조를 컴퓨터에서 재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또 가상 검색을 통해 작용점과 결합력이 우수한 약물을 찾아내는 ‘컴퓨터 이용 약물 설계’도 가능해졌다.

합성 및 검색 분야에서도 많은 물질을 동시에 합성하는 ‘조합화학’기술, 하루 수만 개 물질을 검색하는 ‘고효율 검색’ 등 숱한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화학, 컴퓨터기술을 접목한 ‘화학정보학’(chemoinformatics)기술을 이용한 연구는 신약개발을 더욱 용이하게 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3년 전부터 대학과 병원의 신약개발 관련 전문가들로 컨소시움을 구성, ‘화학정보학’기술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주요 요소기술의 조기 확보에 이어 뇌질환 치료약물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우수 기초인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이 장래의 불안감을 덜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이 분야에 대해 당국과 국민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바란다.

조용서 KIST 생화학물질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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