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아침 휴양지 푸케트의 하늘은 수정처럼 빛났다. 하지만 곧 높이 10c의 검푸른 물의 장벽이 하늘을 뒤덮었다. 27일 푸케트 공항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공항에선 살아남은 사람들이 악몽 같은 에피소드와 사망한 이들의 슬픈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호주출신의 클리스 프란시스는 "멀리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난 뒤, 모든게 엉망이 됐다"면서 "해일에 휩쓸린 사람들이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나설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국의 한 남자는 떠내려가는 부인을 잡으려다 전선줄을 잘못 잡아 부인을 잃고 말았다.
스웨덴의 키엘 스콜드 가족은 해안가 방갈로 안에 물이 차면서 한동안 지붕 위를 둥둥 떠다녔고, 아들은 200c 떨어진 나무 위에서 겨우 찾았다. 푸케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일본인 니무라씨는 "주민들은 도망갔지만 관광객들은 물의 벽이 아름다워 한동안 홀려있었다"면서 "곧 정신을 차리고 두 아들에게 튜브를 씌운 뒤 손을 꼭 잡았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회사원은 "호텔 1층에서 튕겨져 나가 눈을 떠보니 주변에 동물과 사람들의 시체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1600㎞ 떨어진 인도 남부 타밀 나두주(州)는 해안 역시 시체안치소로 변해버렸다. 격렬한 기세의 해일이 몰려온지 20분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 마드라스 해변에서 크리켓하던 어린이 40명이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했다. 인근 해변가 교회에선 수백명이 바닷가에서 침례의식을 하다가 해일에 휩쓸렸다.
진앙에서 2500㎞떨어진 몰디브는 나라 전체가 해일에 젖었다. 1,192개의 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최고 고도가 6c에 불과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만큼 온 나라가 침수됐다. 당시 수도 말레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요미우리(讀賣)신문 이쓰카 게이코(飯塚惠子) 기자는 "공항 활주로가 순식간에 해일에 잠겨버렸다"며 "호텔이 있는 섬을 떠난 지 30분만에 섬이 침수됐다"고 전했다.
진앙에 가장 가까운 인니 아체지역은 "파도가 빠져나가자 시체들이 나무에 걸려 있었고 해안가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AP통신 기자는 전했다. 인근 교도소에선 해일에 무너지자 죄수 200여명이 집단 탈주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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