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안규철 홍승남 이웅배 전인식, 화가 홍승혜, 사진작가 이중근 등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 6인이 놀이터 프로젝트에 나섰다.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를 갖고 미술작가들이 무슨 일을 벌일 수 있으랴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차갑고 칙칙한 쇳덩이 일색의 놀이터가 그들의 눈에 못마땅한 모양이다.22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리는 ‘새 놀이터 프로젝트를 위한 모형전-놀이터를 바꿔주세요’는 놀이터의 일대 변신을 꾀하는 미술작가들의 중간보고서다. 참여작가 6인이 9월부터 예술적 놀이터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신개념의 미끄럼틀, 시소, 그네, 정글짐을 고안해냈다. 이번 전시는 그 모형과 드로잉 25점을 선보이는 자리. 아이들의 미적 감수성을 고양하는 데 특히 신경을 쓴 만큼 이번에 제안된 놀이기구들은 기존의 딱딱한 사각 틀에서 벗어나 유려한 곡선과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요즘 아파트 단지마다 들어서 있는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며 자신들 나름의 모험과 자유를 경험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안타까워한 안규철씨. 세련된 조형보다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육면체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정글짐에서 탈피,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틀로 구성한 ‘거인의 얼굴’을 선보였다.
전인식씨는 시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보통 시소는 지면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지만, 전씨의 ‘피에로와 함께 시소를’은 무게중심을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의자 밑에 스프링을 달아서, 시소를 타고 있으면 하늘을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평평한 널판 형태 대신 곡선으로 설계한 본체에 매달려 놀기도 하고, 중심에 자리잡은 피에로가 매달고 있는 방울이 시소가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내도록 돼있어 귀로도 즐길 수 있는 시소다.
이웅배씨의 미끄럼틀은 코가 뾰족한 하이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구두 뒤축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신발 안창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도록 돼있다. 한번쯤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어른이 된 양 흉내 내고 싶어했을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놀이기구다. "실제보다 훨씬 커져버린 구두 속 소인이 돼버린 기분을 줌으로써 ‘걸리버 여행기’의 대인국을 방문한 것 같은 모험심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중근씨는 봉에 매다는 형태가 아니라 아래에 스프링을 부착한 그네 겸 매달리기를 다양하게 드로잉했다. 공중에 떠있다는 그네의 기본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아이들이 마음내키는 대로 평범하게 올라 앉을 수도 있고 서서 매달릴 수도 있다.
이번 놀이터 프로젝트를 기획한 큐레이터 장정화씨는 "기능적 측면이 중요하지만 어린이의 오감 모두를 자극하는 예술성을 살림으로써 놀이터의 진화를 모색하고자 한다"며 "아이들이 뛰놀면 놀이터이지만 노는 아이들이 없을 때는 조각공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한다. 현재 놀이터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수준. 유아교육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이번 전시에 제안된 모형과 드로잉의 기능성과 안전성을 보완해 실제 놀이기구로 제작,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의 놀이터를 리모델링해 내년 4월 공개할 계획이다. (02)738-0738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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