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5, 26일 연이어 4인 대표회담을 열었으나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26일 심야까지 회의를 예정했지만 겨우 1시간 만에 회담을 끝내버렸다. 27일 마지막 회담을 오전 10시 시작하기로 한 것도 일단 취소했다. 국보법 등에 대한 이견이 팽팽해 사실상 타결 가능성은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다만 우리당이 이날 밤 심야 지도부 및 중진 연석회의를 마친 뒤 27일 오전 예정됐던 의총을 연기하고,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를 기다려 보기로 결정해 한 가닥 희망은 남아있다. 한나라당이 27일 ‘국보법 대체입법 수용’ 등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는 한나라당이 대체입법을 전격 수용할 경우 우리당도 당론을 변경, 대체입법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휴 동안의 4인 회담은 서로의 인식차만 재삼 확인하는 입씨름의 수준에 머물렀다. 협상이 안될 때 으레 나오는 책임전가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회담 직후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대로라면 아무런 진척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직자들 사이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얘기만 나오면 ‘폐지 불가’ 등 10개 단어 이상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보법은 27일 여당 의원총회에서 변화가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여당이 기본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국보법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공을 여당으로 떠 넘겼다.
물론 여야 내부에서 대체입법론이 현실적인 안으로 제기되고 있어 막판 극적 타결가능성도 있다. 특히 여당이 당론 결정 때 검토했던 4개 대안중 하나인 ‘국가안전보장특별법’이라는 대체입법안이 한나라당의 ‘국가안전보장법’안과 외형적으로 비슷하다는 점도 이런 기대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이는 여당의 당론 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보법 처리 시기는 내년으로 미루고 다른 쟁점법안을 처리하는 ‘3+1’ 또는 ‘2+2’ 처리론이 절충안으로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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