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구호와 붉은 머리띠 등의 강성 이미지가 선명한 우리 노동운동이 서서히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투쟁방식의 온건화와 합리화, 명분보다는 실리추구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장기불황 속에 경기회복을 이끌 주요한 변화로 보여 주목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노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날 여건이 조성되는 듯해 반갑다.한국노총이 최근 발표한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전투적 노동운동(11%)보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운동방식(46%)을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정규직의 임금개선을 위해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견해(53%)가 반대하는 입장(45%)보다 많았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최근 민주노총의 중장기 임금정책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분배구조를 개선해서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임금이 돌아가도록 임금 연대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정규직의 임금 양보라는 점에서 주요한 의식변화다.
앞서 민주노총과 결별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10년 무분규로 모아진 투쟁기금 일부를 지역경제 살리기에 쓰겠다고 밝혔다. 또한 팬택사는 노조가 내년 임금동결을 결의하자, 경영진이 임금을 10% 인상해 주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산업공동화 해결을 위해서도 노조가 앞장서고 있다. 한국노총의 제의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안에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사정이 적극 협력하지 않고는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 노동계의 변화가 협력을 유도하는 큰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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