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종료 3.4초 전. 102-104로 뒤진 LA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가 3점슛 포물선을 그렸다. 순간 벤치에 있던 샤킬 오닐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공 하나로 앙숙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코비와 샤크의 승부가 결정될 상황이었다. 공은 종료 버저와 함께 림을 빗나갔고, 오닐은 두 팔을 번쩍 들었다.전 미국을 들썩이게 한 프로농구(NBA) ‘성탄 맞장’에서 오닐이 웃었다. 오닐의 마이애미는 26일(한국시각) 코비의 레이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04-102로 이기고 11연승을 달렸다. 오닐은 24점 11리바운드로 승리를 견인했다. 반면 코비는 올 자신의 최다인 42점을 넣고도 고개를 떨궜다.
친정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 입장한 오닐은 경기 전 코트에서 코비와 차가운 눈빛만 잠깐 교환했을 뿐 시종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둘 사이처럼 팽팽하던 경기는 4쿼터 막판 오닐이 코비의 드라이빙을 막다 6반칙으로 퇴장 당하면서 레이커스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코비는 오닐을 벤치에 앉히고 들어간 연장전에서의 무득점에 그치며 승리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오닐은 "(코비의 연장 막판 3점슛은) 안 들어갈 줄 알았다. 그것이 바로 샤크의 저주다"며 승리를 기뻐하면서 "LA의 교통정체와 누군지 밝힐 수 없는 두세 사람만 빼고 모든 게 그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비는 "조직을 망치고 떠난 사람에게 관중들이 경의를 표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맞받아쳤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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