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9일 새벽(한국시각) 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선이 열린 올림픽 인도어홀. 평행봉 경기에 나선 양태영(사진)은 출발 점수 10점 만점짜리 연기를 했다. 하지만 심판진이 만점을 9.9점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0.1점을 도둑맞았다.오심은 계속됐다. 미국의 폴 햄이 뜀틀 착지 때 1점 이상의 감점이 예상되는 실수를 했지만 9.137점을 받아 관중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양태영은 그렇게 어이없이 폴 햄에게 1위를 내줬다. 하지만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목에 건 양태영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심판의 오심은 연일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미국 조차 "공동 금메달을 수여하자"며 오심을 문제 삼았다. 결국 국제체조연맹심판 3명에게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명백한 오심에도 불구하고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아무 말이 없었고 오히려 해당 사건의 판단을 스포츠중재재판소에 떠넘겼다. 결국 양태영의 오심 소청은 "이의 제기가 너무 늦었다"며 기각 당했다.
빼앗긴 금보다 양태영을 더 화나게 한 건 IOC의 태도였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밝혀진 오심 사실을 깨끗이 인정하지 않은 IOC 앞에서 더 이상 올림픽 정신을 논한다는 건 무의미했다.
또 한편 양태영은 오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불편했다. 그 관심의 종착역이 자신과 한국 체조가 아니라 결국 올림픽 금메달이었기 때문이다.
체조 불모지에서 일군 올림픽 메달 쾌거가 빼앗긴 금메달에 밀린 것이다. 그래도 양태영은 훌훌 털고 힘껏 다시 철봉을 잡는다. 여전히 올림픽 정신은 살아있다는 희망을 안고서.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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