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ㆍ시위 원천 차단인가, 시민 편의를 위한 소신행정인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동절기 대규모 집회 봉쇄를 위한 전형적 전시행정이라고 꼬집고 있다. 서울시가 또 각종 집회 등 대형행사의 메카인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둔치 내 야외무대를 철거할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들의 언로를 차단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26일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열리는 집회는 물론 마라톤 대회, 행락철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는 장소인 여의도 야외무대의 사용 신청을 24일부터 접수하지 않기로 했다"며 "내달 말까지 야외무대를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올림픽 당시 만들어져 대형 집회와 문화행사 개최는 물론 시위 공간이 돼왔던 여의도 야외무대에서는 2001년 32건, 2002년 69건, 2003년 77건에 이어 올해 95건의 각종 집회와 시위, 문화행사가 열려왔다. 시 관계자는 "야외무대는 2001년부터 건설교통부의 점용 허가를 받지 못한 사실상 불법시설"이라며 "활용도가 늘기는 했지만 소음으로 인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초중고교의 민원이 올해에만 500여건이 접수돼 철거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한강시민공원 이용 활성화 계획’에 따라 이 일대에 인라인스케이트 광장, X-게임 전용공간 등 레포츠시설을 조성하고 주변을 녹지로 꾸밀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여의도 야외무대를 철거하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막는 행위"라며 "무대가 사라지더라도 이곳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를 원천봉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등포구청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에게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청은 공문을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축물은 건축법에 의거해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세운 불법 가설 건축물이므로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구청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조만간 강제 철거하고 관할 경찰서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국보법폐지국민연대는 이에 대해 "불법 건축물이긴 하지만 시민이 통행하기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국회 앞이라는 지리적 상징성, 국보법 폐지 등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자진 철거하지 않을 방침이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는 국보법폐지국민연대 등 진보, 보수진영을 망라한 21개 시민사회단체가 천막 38개, 컨테이너가 1개를 동원해 농성 중이다.
한편 세종로 사거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월드컵 응원전 등 각종 집회가 시위가 끊이지 않는 자사 건물 앞 인도에서 24일부터 내년 1월8일까지 홍보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최근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냈다. 동화면세점은 이곳에서 자선바자회를 열어 자사 이미지 개선을 꾀할 방침이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이 이곳에서 내년 연중 자선 바자회를 열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회를 준비중인 단체들은 장소 선점 의도라며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든 것도 시민의 정당한 집회·시위 공간을 축소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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