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전국 각지의 종가, 향교 등에서 보관중인 문서와 유품을 보존, 연구하기 위해 1997년부터 시행하는 고문서 기탁사업으로 모은 유품이 5만 점을 넘었다.정문연은 23일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國務領)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1858∼1932) 선생의 생가이자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臨淸閣·보물 제182호)의 고문서 5,000점을 기탁 받아 전체 보관 전적(典籍)이 5만 점을 넘었다고 밝혔다. 전적을 맡긴 가문은 경북 안동의 전주 유씨, 경기 의정부의 반남 박씨, 광주의 광주 안씨, 경북 경주의 경주 손씨, 상주의 진주 정씨, 대구의 인동 장씨 여헌 종택 등 모두 12곳. 이 전적 가운데는 국보 283호 통감속편(경주 손씨 가문 기탁)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 5점이 들어 있다.
특히 이번 고성 이씨 종택 전적은 역대 기탁 유품 가운데 수량이 가장 많은데다 조선시대 생활사와 여성사, 사회경제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들이 여럿이다. 전형적인 조선 초기 고문서로 보존상태가 가장 온전한 ‘오공신회맹축(五功臣會盟軸)’, 고성 이씨 가문의 재산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임진왜란 이전 자료인 ‘안동부입안(安東府立案)’ 등은 귀중 고문서에 해당한다.
석주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청각을 매매한 계약서인 ‘임청각매매증서(臨淸閣賣買證書)’나 석주 선생의 아들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이준형(李濬衡·1875~1942)이 자결 직전에 남긴 ‘이준형 유서’ 등은 이 가문의 기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7월에 정문연 장서각 내에 새로 마련된 200평 규모의 기탁자료실에서 전적을 정리하고 있는 김학수 전문위원은 "전국 각지에 1,000만 점 이상의 전적이 산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탁 고문서들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물론 고문서 연구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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