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서울대 입시에서 사실상 내신성적이 당락을 좌우하게 되자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와 서울 강남지역 고교의 수험생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나 연세대가 평어를 기준으로 ‘우’ 이상이면 만점 가까운 내신점수를 주는 것과 달리 서울대는 석차를 기준으로 내신성적을 자체 산출, 과목별로 한 등급마다 수능 8~9점에 해당하는 점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능에서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고도 지원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서울시내 주요 특목고 학부모 대표 20여명은 24일 오후 서울대를 방문,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 등과 면담을 갖고 "서울대가 불합리한 ‘대학입시 교과과정 산출 프로그램’으로 특목고생들의 정시모집 지원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따졌다. 이들은 "서울대가 올해 초 2005학년도 대입 제도를 개편하면서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뽑겠다고 공언해 놓고 실제로는 내신의 중요도가 여전히 높아 특목고생들이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전체 정원의 65%를 차지하는 정시모집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수능의 비중을 크게 확대하겠다며 60등급으로 세분화 돼 있던 내신 과목별 석차를 5등급으로 줄였다. 지역균형선발제로 내신이 우수한 학생을, 특기자 전형으로 국제올림피아드 입상 등 특정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학생을 뽑는 대신, 정시모집에선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면담에 참석한 학부모 A씨는 "올해는 수능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져 고득점 동점자가 대거 몰리는 서울대 입시에서 특목고생들은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강남 고교생들도 특목고생들의 반발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강남 모 고교에 재학 중인 C(18)군은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내신 2등급이라 지원을 포기했다"며 "수능성적이 아깝지만 다른 학교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수능이 이렇게까지 쉽게 출제될 줄은 몰랐다"며 "특목고생들이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없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실제 수능 최고득점자들이 몰리는 법대와 의대에는 특목고생이 거의 못 붙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정시모집이 이미 진행 중인 만큼 당장 입시요강을 변경하기는 어렵고 정시 결과를 보고 난 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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