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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타적 인간의 출현 - 베푸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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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타적 인간의 출현 - 베푸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입력
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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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라 기부도 많다. 꼭 폼 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익명으로 수십 억원 선뜻 내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걸 보고 "그래, 세상은 역시 살만한 곳이야" 하고 감동하고 넘어가는 사람은 인간 중에 원래 남보다 좀더 선한 사람이 있다든가, 인간은 원래 선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게 믿는 건 자유지만 그걸 사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다’는 이론을 펴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행위가 어떻게 가능한지 제대로 알려면 좀더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이 연구소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소장 경제학자 최정규(36)씨는 ‘이타적 인간의 출현’에서 ‘게임이론’을 발전시켜 인간의 이타적 행위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

갈등상황에서 한 사람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예측하는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은 흔히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는 게임이론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각각의 방에 든 두 공범은 똑같이 죄를 부인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다는 이 논리는 그러나 여러 동물집단의 협조와 희생, 나아가 인간사회의 이타적인 행위를 설명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저자는 이런 허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제시된 혈연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인 행위를 한다는 ‘혈연선택가설’, 타인에게서 보상 받거나 피해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타적인 행위를 한다는 ‘반복-호혜성 가설’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게임이론의 허점을 메울 새로운 이론으로 이타적 인간은 이타적 인간과 만나고, 이기적 인간은 이기적 인간과 만날 확률이 높다는 ‘유유상종 가설’, 토론과 대화가 인간의 이기적 본능을 억제하고 공동체의 협업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사소통 가설’, 자연선택에 있어 개인선택보다 집단선택의 압력이 커질 때 이타적 인간이 살아 남는데 유리하다는 ‘집단선택 가설’ 등을 제시했다.

결국 저자는 이타적 인간이 이기적 인간을 이길 확률이 더 높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조차도 ‘이타적 인간과 호혜적 인간이 있어야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게임이론을 비롯해 인간의 갈등과 협조를 둘러싼 20여 가지 가설들을 친근한 사례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정리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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