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과 이라크 등에서는 불황과 테러 우려 등으로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연말 ‘산타 랠리’를 만끽하며 여느 때보다 풍요로운 성탄절을 맞았다.베들레헴 교회의 성직자들은 이날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 중인 분리장벽으로 인해 베들레헴이 ‘거대한 교도소’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성직자는 "베들레헴의 생명줄인 관광산업이 오랜 분노 때문에 극도로 침체됐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유엔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92%나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 우려로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돼 전야 행사가 취소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기독교 신자인 부슈라 고르지스(31)는 "우리는 보통 자정 미사에 참여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면서 "하지만 올해에는 테러범의 타깃이 될까 집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잇달아 호재의 경제지표를 쏟아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급 자동차를 주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USA 투데이가 23일 전했다. 전국소매연맹(NRF)은 올해 연말 쇼핑시즌에 소비자들이 1인당 평균 700달러를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4.5% 증가한 수치다.
약달러에다 장기간 침체에 시달려온 유럽 소매업계도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독일 소매업협회(HDE)의 후베르투스 펠렌가르 대변인은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이미 지난 주말에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소비자들이 마침내 돈지갑을 열었다"고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영국은 20년래 최대의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네덜란드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소매점들이 크리스마스다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의 팔루자 공격 때 전사한 미군 유가족들이 당시 발생한 이라크 피난민들을 위해 60만 달러 어치의 구호품을 모아 이들에게 전달키로 해 훈훈한 화제가 됐다. 또 제3세계 빈민들을 돕기 위해 성탄선물로 닭과 염소 등을 판매해 온 세계적 구호단체 ‘옥스팜’은 지금껏 염소 3만1,000 마리와 병아리 50만 마리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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