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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10·끝) 강금실 前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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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10·끝) 강금실 前 법무

입력
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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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떠난 장관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러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금실(47) 전 법무부 장관은 예외인 것 같다. "(떠나는 게)너무 즐거워서 죄송하다"며 7월 훌쩍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세인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지난달 초 치마저고리를 차려 입고 살풀이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대부분의 일간지에 실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그에게는 각종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갖고 있는 묘한 인간적 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검찰 출신의 장관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물꼬를 텄고 지금도 그 개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삭제하고 ‘순환보직’이라는 검찰인사 원칙을 확립했다.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 올해를 ‘검찰독립의 원년’이라고 부를 만큼 정치권에서 자유로운 수사의 기틀을 다졌다.

그의 행보는 언제나 당찼다. 3월 촛불시위 주최자 4명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사전보고 누락 문제를 놓고 검찰과 맞섰고,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자 고건 권한대행의 ‘권한행사 범위’에 대해 "통상의 업무만 대행해야 한다"며 비상상황에서도 자신의 견해를 뚜렷이 밝혔다.

취임 초기 젊은 여성이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법무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기우로 판명됐다. 검찰 경험이 없는 그는 1년 5개월 재임기간 내내 누구보다 당차게 권부(權府)로 통하던 검찰의 개혁을 위해 정공법으로 맞섰다. 그 때마다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 대중적 인기의 비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마추어 실력을 뛰어넘는 춤과 노래 솜씨까지 알려지면서 ‘강효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현재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삼간 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 일에 전념하고 있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유럽여행도 지인과 함께 다녀왔다고 했다. 그의 한 측근은 "강 전 장관은 이제 완전히 자연인으로 돌아왔다"며 "그는 근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영입 1순위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가능성 있는 여성후보로 꼽히는 그의 대중성을 묵히기 아까운 탓이다. 그가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컴백설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재임시절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제의에 응한 이유에 대해 "어떤 직관적인 느낌이 등 뒤에서 떠밀었다"고 답한 적이 있다. 내년에는 그가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감행할 수 있을까. 평소 "정치는 내 삶의 방식과 맞지 않다"며 ‘자유인’으로 살기를 희망하는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와 인권변호사를 거쳐 최초 여성 법무장관에 이른 화려한 이력에 여성적 온화함까지 갖추고 있지만 한편으론 국회의원들을 향해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조롱할 수 있었던 파격이 그를 어디로 다시 떠밀고 갈지 알 수 없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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