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 재선임된 박기정 현 이사장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임명 거부 방침을 세우고 자진 사퇴를 종용해 파문이 일고 있다.박 이사장은 23일 열린 재단이사회에서 내정설이 떠돌았던 서동구 전 KBS 사장과 함께 후보로 추천돼 표결에서 6대6 동수를 얻었으나 임시의장을 맡은 노정선 사업이사의 캐스팅보트로 재선임됐다(24일자 A2면). 문화부 산하기관인 언론재단 이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문화부 장관이 임명한다.
신용언 문화부 문화미디어국장은 "참여정부 들어 산하기관장에 연임 사례가 없다"면서 "박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바라며 본인에게도 그런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박 이사장의 지난 3년간 업무평가가 좋지 않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문화부 관계자는 "언론재단은 문제가 많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평가가 나쁜 사람을 연임 시킬 수 있느냐"고 말했다. 개인 비리설도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이사장은 감사에서 법적 조치가 필요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임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물러나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언론관련단체의 반대성명도 잇따랐다. 언론재단 노조는 "책임 있는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 이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언론인권센터는 23일 이사회에 홍석현 신문협회 회장과 이긍희 방송협회 회장이 불참, 대리투표가 이뤄진 데 대해 "법률과 판례상 재단법인 이사의 의결권은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대리행사 할 수 없어 이사회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문화부는 이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를 밀었다는 설이 파다해 문화부가 박 이사장의 임명을 거부할 경우, 지난해 KBS 사장 임명 때처럼 ‘언론장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문화부가 자진사퇴로 일을 매듭지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전날까지도 사퇴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24일 오후 전화통화에서는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정부에서 ‘결심을 하는 게 좋지 않느냐’며 사퇴를 종용하고 직원들이 몹시 불안해 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은 전임 이사장과 노조의 합의를 그대로 이행한 것 뿐"이라며 자신을 ‘문제인물’로 몰아가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인데 혼자 관두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27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직원들 의견을 들어보고 이사들과도 상의해 내주 초 문화부에 제청할지, 사퇴할지 거취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상임이사 선임을 놓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박 이사장은 연구이사와 신설되는 기금이사에 각각 고영재 한겨레 논설위원과 이춘발 한국신문방송인클럽 감사를 지명하고 이사회 동의를 얻었으나, 당사자들이 고사했다. 이들은 "재선임에 대한 반발을 예상한 박 이사장이 국면전환용으로 집어넣은 것 같다"면서 "갈 자리도 아니고, 갈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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