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인사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문제에 대해 "천천히 차근차근 여유를 가지고 가자"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 문제로 나라와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시급한 다른 현안들이 제자리를 잃은 채 표류했던 것을 되돌아볼 때 이제서야 국정의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그 동안의 국력 낭비와 국론 분열을 생각하면 왜 진작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보안법 문제가 첨예한 국가 쟁점으로 떠올라 사생결단의 대립을 빚었던 것은 지난 9월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방송 인터뷰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이후 정치권이 겪었던 혼란과 소모적 정쟁은 국가 지도자의 한마디가 어떤 무게를 가져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순방 끝에 눈을 새로 뜨게 돼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노 대통령의 ‘고백’은 비록 뒤늦었지만 구태여 의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말의 진정이 증명되려면 실천이 따라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해 우리로서는 지켜볼 여지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 4자 회담 협상과정에 탄력을 주면서 합리적 타결에 도움을 주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본다. 여권 안팎의 강경론이 쉽사리 가라앉기는 어렵겠으나 이를 계기로 여야의 정치적 타협을 지지하고 밀어주는 분위기를 성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보안법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와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 논란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리저리 꼬인 국정이 민생과 경제, 통합의 과제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할 것은 빨리 하되 시간이 필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을 계속하는 현실적 자세가 요망된다. 이 것이 모두를 위해 현명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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