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동원 목표 350만 명의 흥행바람 기대감을 안고 닻을 올린 올해 국내 프로야구는 시즌 막판 거센 ‘병풍’ 회오리에 휘말려 좌초됐다.9월4일 롯데와 SK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3명의 선수가 연행될 때만해도 일부 선수에만 국한된 병역비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브로커와 짜고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소변검사를 조작해 면제판정을 받은 조직적 범죄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야구판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등진 대중스포츠 스타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팬들은 분노했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뒤늦은 사과문이 사태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고개를 떨군 채 쇠고랑을 찬 한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의 인생유전처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프로야구도 그 같은 위기에 내몰렸다.
수사 결과 병역 비리에 연루된 선수는 8개 구단 72명. 이 가운데 53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고, 공소시효가 지난 19명도 정밀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 또는 공익요원 등 입대 판정을 받거나 재검을 앞두고 있다.
한 구단에 등록된 선수가 6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파문으로 1개 구단 전체가 그라운드에서 완전히 사라진 셈이 된다. 병풍 파문의 후유증으로 내년 프로야구의 풍속도도 바뀌게 됐다. 선수 공백을 우려해 팀 당 경기 수는 133경기에서 126경기로 줄어들었고 더블헤더 제도도 없어졌다.
미래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병풍파문의 홍역을 딛고 펼쳐진 포스트시즌의 열기. 특히 9차전까지 가는 한국시리즈의 명승부에 쏟아진 환호 속에서 팬들은 희망을 보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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