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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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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입력
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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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씨와 박래부씨가 한국일보에 ‘문학기행’을 연재하던 1986~88년 즈음, 운동권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비료지기’의 가사에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번에 두 사람의 당시 글이 2권짜리 개정판으로 재출간 됐는데, 제목을‘제비는…’으로 달았다. (따뜻한 손 발행, 각권 9,500원)‘문학기행’은 알다시피, 한국일보 문화부장이던 장명수(현 이사)씨가 우리 문학의 명작들이 배태된 현장의‘맨살을 맨발로’찾아 다니며‘문학지도’를 그리도록 해서, 기자였던 두 필자가 김훈씨의 표현을 빌자면 ‘그 불가능한 길을 향해 앉은뱅이 무릎걸음으로 기어 다니며’ 썼던 글들이다. 당시 그 글들은 문단을 넘어 장안의 화제였고, 문학 저널리즘의 전범으로 남아 아직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러는 그 글들을 문학 언저리의 글의 고전으로 꼽기를 서슴지 않는데, 이는 이후 그들의 글의 궤적을 잇거나 흉내낸 무수한 글이 있었지만 어떠한 글도 그들의 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그들의 ‘문학기행’에 대한 향수와 갈증을 자극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한 사람은 문단의 주역으로, 다른 한 사람은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이 된 지금 이들은 개정판을 내면서 당초의 글 70여편 가운데 일부를 덜어내고 홍명희의 ‘임꺽정’과 김지하의 ‘절, 그 언저리’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새로 담고 조정래의 ‘불놀이’ 자리에 ‘태백산맥’을 넣어 50편으로 맞췄다.

‘제비는…’은, 원래 1970년 당시 경북 안동의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동장네 집에서 탄 비료 포대를 힘겹게 지고 가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제비를 바라보며 쓴 같은 이름의 동시 한 구절이다. 그 동시의‘제비는…’을 잇는 마지막 행은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다. 20년 가까운 세월 저편의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 필자들이 그 제목을 선택한 이유, 그 구절에 이어넣고 싶었던 미완의 감춰진 문장은 독자들이 찾을 일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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