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24일 4자회담을 마친 뒤 "발표할 것이 없다는 것이 발표"라며 "(대체입법이나 크로스보팅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다르다. 당직자나 의원들은 양당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들을 쏟아 낸다. 이날 우리당에서 당론인‘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완’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변화기류로 받아들인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강하게 부정했지만, 적어도 여당 지도부 내에서 대체입법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당의 변화는 우리당 지도부가 한나라당 국보법 개정안의 전향성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한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법 이름과 참칭조항 등 논란이 있는 조항을 개정, 사실상 대체입법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물론 여당이 대체입법을 제시한다고 한나라당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국보법 폐지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개정 형식을 유지하면서 여당이 개정안을 수용할 수 있는‘묘안’마련에 고심중이다.
이 중 하나는 참칭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개정안의 다른 조항에 이를 보완하는 방안이다. 참칭조항은 박 대표가 이미 삭제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과 한나라당 개정안을‘제정안’으로 바꿔 동시에 상정·처리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당 일부에서는 대체입법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고위당직자는 " 국보법 폐지를 막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인 만큼 대체입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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