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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예수’ 출간한 길희성 교수/"예수님이야말로 완벽한 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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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예수’ 출간한 길희성 교수/"예수님이야말로 완벽한 보살입니다"

입력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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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보살입니다."기독교인으로 반평생 불교를 연구해온 길희성(吉熙星·61) 서강대 명예교수가 성탄절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에게 던진 화두(話頭)다.

"예수님이야말로 보살의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분입니다. 예수에게서 보살의 정신을, 보살로부터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종교간 대화와 이해를 모색하는 종교다원주의에 앞장서온 길 교수는 ‘보살예수’(현암사 발행)란 제목의 책을 통해 두 종교가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껴안을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책은 올해 초부터 길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주제로 10회에 걸쳐 강의한 일요신학강좌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예수님을 보살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리스도다’라는 말도 초대 교회에서는 파격적이고 얼토당토않은 고백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히브리어 ‘메시아’의 그리스어 번역어인데, 별 볼일 없는 가문에서 태어나 서민으로 살다가 하느님나라 운동을 벌였고 십자가형이란 극형에 처해진 예수는 이스라엘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길 교수는 아시아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예수를 보살의 이미지로 이해하면 새롭고 의미가 더 크다고 보살예수론을 펴는 이유를 밝혔다. "엉뚱한 발상 같지만, 예수님이 불교문화권에서 탄생했다면 사람들은 그에게서 중생의 고통에 참여하는 보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길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 붓다와 인간 예수, 열반과 하느님나라, 공(空)과 하느님, 불성(佛性)과 하느님의 모상, 자력과 타력 등 두 종교를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이지만 모두 한 정상에서 만나는 겁니다. 우리가 같은 산을 오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다른 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태신앙으로 한국개신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영락교회를 다닌 길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고 김동화, 이기영 교수의 강의를 통해 불교를 접했다. 삶의 허무감을 느끼던 시절, 불교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다 신학을 공부하러 간 미국 예일대에서 접한 정토(淨土)사상을 통해 ‘불교는 자력(自力) 종교, 기독교는 타력(他力) 종교’란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본격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게 됐다. 1970년대 초에는 고려시대의 고승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선(禪)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구산 스님이 방장으로 주석하던 송광사에 수개월 머무르며 참선 등 수행도 직접 경험했다.

30여년에 걸쳐 ‘불교와 기독교의 창조적 만남’을 천착해온 그는 불교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마음을 공부하는 종교입니다. 욕심 버리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니 보편성이 있어요. 참선 같은 명상수행도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마음 공부하겠다는 종교를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길 교수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맹종하는 근본주의적 태도, 인간 예수에 대한 이해 부족, 교회가 인간과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된 것 등이 개신교의 여러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가 배타적이라지만 기독교 전체로 보면 알게 모르게 다른 사상, 종교와 교류해왔다는 점을 알고 다른 종교와 협력 공존해야 합니다." 개신교 신자들이 다른 종교에 좀더 열린 마음을 가져주길 당부한 그는 불자들에게도 "세상에는 완벽한 종교가 없는 만큼 서로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길 교수는 기독교와 불교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정년을 4년 앞두고 올해 초 서강대에서 명예퇴직했다.그는 불교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전히 초교파 평신도교회인 새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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