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4명 등 최소한 22명을 숨지게 한 이라크 모술 미군 기지 내 천막 식당 폭발 사건은 자살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미 국방부가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의 안전 확보 문제가 부각되면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이날 럼스펠드 장관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공격자가 즉석에서 만든 폭발물을 몸에 둘렀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몸에 무엇인가를 두른 자살 폭탄 공격자가 식당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초기 폭발의 원인이 저항 세력의 로켓이나 박격포 공격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언론은 즉각 이라크내 미군 기지의 경비 상황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MSNBC는 "점심 시간에 터진 이번 사건은 공격자가 미군 기지의 위치 구조와 미군의 일정에 대한 내부 정보를 정확히 꿰뚫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실행했다고 주장한 수니파 단체인 안사르 알-순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격자는 미군 기지에서 4개월 동안 일해온 모술 남자이고 그의 옷 속에 숨긴 플라스틱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23일자에서 국방부의 발표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이에서 가장 공공연하게 나도는 공포의 시나리오 즉 미군 기지에 고용된 이라크 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미군의 목숨을 노릴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회견 내내 미군 안전 대책을 따지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갖가지 수단을 사용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미군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살 공격에 대한 방비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은 그가 미군 안전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나는 밤마다 그 걱정에 잠을 깬다"며 "내가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다고 있다는 주장은 나를 정말로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날 럼스펠드 장관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으나 일제히 미군 기지 안전 확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 부재를 간접 비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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