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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즐거운 주말-김형석과 극장가기-'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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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즐거운 주말-김형석과 극장가기-'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입력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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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장기 경제침체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시절에 크리스마스라는 게 무슨 감흥을 불러 일으키겠냐 마는, 그래도 조금씩 마음이 들뜨는 건 사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렇게 들뜬 마음을 조금은 더 부풀리기도 하고 동심으로 돌아가게도 하며 진한 로맨스를 경험하게도 한다. 그리고 미야자키 특유의 귀여운 유머 감각은 여전하다. ‘하울’은 미야자키의 이전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보다 좀더 판타스틱한 영화다. 주인공 소피는 18세 소녀. 어느날 마법에 빠져 90세 노파가 되고, 마을을 떠난 그녀는 마법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겪는 마법과 사랑의 오딧세이는 황홀하면서도 애틋하다.영국 판타지 소설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다이애나 윈 존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빚어낸 ‘하울’의 가장 큰 미덕은 그 누구도 모방하기 힘든 미야자키 특유의 세계가 주는 매력이다. 산업혁명 시기 유럽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마법이 횡행하는 ‘하울’의 공간은 섬세한 디테일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인해 2차원의 그림에서 펄펄 살아 숨쉬는 그 무엇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만만찮은 의미도 또한 지니고 있는데, 무차별 폭격과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찬 그곳은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현재의 세계에 대한 비판이자 메타포다. 하울은 그 포화 사이를 날며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데, 그 캐릭터가 단지 말랑말랑한 ‘꽃미남 마법사’에 멈추지 않고 묵직한 존재감을 가지는 건, 이 영화가 지니는 반전 메시지 때문이다. 미야자키 영화 중 처음으로 ‘성인’ 느낌 나는 키스 신(!)이 등장하는 작품. 남녀노소 누가 봐도 만족할 수 있는, 드문 영화다.

‘타인의 취향’을 인상 깊게 봤던 관객이라면, ‘룩앳미’의 소박한 세계 또한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이들 영화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네스 자우이는, 인간이 얼마나 치사하고 옹졸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비굴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룩 앳 미’의 주인공 롤리타는 속칭 ‘몸꽝’인 여자. 유명 작가인 아버지의 괴팍함 때문에 괴롭고, 아버지의 명성을 이용하려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두번 괴롭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에 돋보기를 가져다 대고 미묘한 관계를 섬세히 짚어나가는 자우이 감독은, 그 추한 군상들이 결국 관객 자신의 거울 이미지임을 깨닫게 해주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는 ‘폴라 익스프레스’와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로버트 저메키스와 톰 행크스가 만난 ‘폴라 익스프레스’는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는 꼬마의 판타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은 완벽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지 않으려는 남자의 애절한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그는 결국 화목해 보이는 한 가족을 ‘임대’하는 방법까지 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런지 훈훈한 영화들로 차려진 극장가 메뉴에서 혹시라도 허전함을 느끼시는 관객이 있으신지. 그렇다면 ‘러브 액츄얼리’나 한번 더 보시면 어떨까? 그 영화보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영화는 아직 없는 것 같으니까.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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