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초저가 제품이 속출하는 가운데 노트북PC 시장에서 ‘마(魔)의 100만원대’ 벽이 무너졌다. 외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적극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자 일부 국내 업체들도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 통신판매 전문업체인 한국델은 최근 99만9,000원(부가세 별도)의 노트북PC ‘래터튜드D505’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90만원대 노트북PC인 이 제품은 14인치 액정모니터와 인텔의 셀러론 중앙처리장치(CPU), 무선랜 기능을 기본 내장했다.
일본계 PC업체인 소텍컴퓨터도 지난주부터 12.1인치 화면에 AMD사의 애슬론XP CPU와 CD 재기록 장치를 내장한 초소형 노트북 ‘윈북 AL7180C’ 제품을 98만5,000원에 출시했다. 소텍컴퓨터측은 "내년 1월말에는 89만원, 3월에는 79만원짜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100만원’은 노트북PC 가격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노트북PC는 초소형, 저전력으로 특수 설계된 부품을 사용하고 생산 공정도 복잡해 같은 사양의 데스크톱PC 보다 제조 단가가 30% 이상 비싸다. 더구나 100만원은 고가품과 보급형 제품을 가르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상대적으로 고급품 이미지를 지닌 노트북PC 업계로서는 가격 마케팅의 ‘심리적 저항선’이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원 미만의 초저가 제품이 등장하게 된 것은 노트북PC에 대한 잠재 수요가 높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국내 PC시장에서 노트북PC의 비중(19%)은 미국과 일본(50~55%)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잠재 수요를 이끌어 내려면 가격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근 12~15인치대 액정화면(LCD)과 중앙처리장치(CPU), D램 등 노트북PC 부품 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TG삼보는 23일 100만원에 1,000원 모자란 99만9,000원짜리 ‘에버라텍 5500’ 제품을 내놓고 외국계 업체들의 가격 인하 대열에 뛰어들었다. TG삼보측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에버라텍 시리즈를 내세워 2005년 중에 노트북PC 시장점유율 20%, 15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시장점유율 1위)와 LG전자(2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0만원 이하 가격은 ‘센스’ 노트북이 가진 고급 이미지와맞지 않는다"고 일축했고, LG전자도 "100만원 이하 사양으로는 ‘X노트’의 장점인 강력한 멀티미디어 성능을 구현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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