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의 공감대가 이루어졌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4자회담이 끝난 후 설명한 회담 결과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두 원내대표가 공감대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은 국보법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물론 두 대표가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입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알게 됐다"(천 대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을 개정하는 쪽으로 공감했다"(김 대표)는 진전된 언급을 했다. 더욱이 김 대표는 ‘큰 틀’에 대해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고, 안보공백과 국민불안을 없애는 방향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여야의 입장을 절충하는 선에서 의견이 접근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야의 외형적 그림은 여전히 빡빡하다. 여당 의원 40여명이 국보법의 연내 폐지를 주장하며 농성 중이고 야당 보수파들도 "폐지는 안 된다"며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천 대표나 김 대표도 "형법 보완 당론은 바꿀 수 없다" "국보법의 틀을 유지하면서 개정하자는 입장에 변함 없다"는 공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는 액면일 뿐이다. 막후 흐름은 긍정적이다. 여야 모두 내부에서 "결국 대체입법으로 국보법의 대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따져보면 여야간 이견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정부 참칭 등 핵심 조항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만 하면 연내 합의처리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여당의 원칙론자들이나 야당의 보수강경파들이 ‘원리주의’를 들고나오는 어려운 상황도 아직 남아있지만 대세는 일단 낙관적이다.
오전 회의만해도 상대를 제압하려는 신경전으로 분위기가 다소 경직돼 있었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청한 악수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잘 되고 나서 하자"고 거부했다.
이 의장은 "어제 교육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립학교법을 27일 상정하고 내년에 소위를 열자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소태 씹은 맛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김 대표는 "한나라당 없이 진행된 예산안조정소위의 단독 심의를 기정사실화해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천 대표는 "합의문 취지가 대화 정치를 복원, 4대법안까지 연내에 최선을 다해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김 대표는 "합의 정신에 따라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민노당 천영세 권영길 심상정 의원 등은 오전 회담 때 입구를 막고 "초법적 기구인 4자회담에서 국가 중대사를 처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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